8일 오전 4대강 사업 금강 1공구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 60명이 대전 계룡건설에서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건설노동자 120여명이 두 달간 14억4천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는 이달 3일 부도를 냈고, 노동자들은 기계할부금 등을 부담하느라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원청인 계룡건설은 공사 전에 미리 국토해양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 227억원의 선급금을 받았다. 계룡건설은 그러나 하청업체에 41억원만 지급했다. 180억원을 차액으로 남긴 것이다. 그럼에도 계룡건설은 하청업체에 121억원을 지급했다고 허위로 정부에 보고했다. 금강 1공구에서 일하는 덤프노동자 김인기(45)씨는 "원청 건설사는 공사를 하기도 전에 선급금을 받지만 중간에 유용되면서 정작 노동자들은 임금을 떼이거나 늦게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선급금 유용은 금강 1공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부는 지난해 관련예산의 36%인 1조3천81억원을 선급금으로 4대강 원청건설사에게 지급했는데, 원청은 선급금의 30%만을 하도급업체에 지급했다. 70%를 유용한 것이다. 경실련과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대학로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토부의 2010년 선급금 지급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선급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비다. 다급한 노임이나 자재확보에 우선 사용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하지만 경실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13개 공구 원청 건설사의 선급금 사용계획과 실제 지급내역을 비교한 결과, 원청은 사용계획의 56%만 이행했다. 공구당 평균 133억원을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선급금은 지역경기를 살리고 영세한 중소하청업체와 건설노동자에게 예산을 미리 집행해 경기활성화 효과를 보기 위해 지급한 것"이라며 "선급금이 토건재벌의 금고 속에서 이윤창출만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청 건설사가 직접 시공하고 노동자에게 직접 임금을 줘야 한다”며 “정부는 선급금 관리실태를 파악해 관리·감독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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