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77일간의 옥쇄파업을 벌였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른일곱의 조아무개씨까지 무려 14명이 쌍용차 사태 이후 인생의 끈을 놓았다. 8명은 자살, 6명은 스트레스로 인한 돌연사였다. 정부는 쌍용차 정리해고 충격을 줄이기 위해 평택시를 고용개발촉진지구로 지정하고, 쌍용차 실직근로자와 가족을 위한 ‘위기상황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고용촉진지구 사업은 지난해 8월13일까지 1년간 지속됐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1년 무급휴직 뒤 순환복직 대상자였던 임아무개씨는 지난달 생계난에 시달리다 심근경색으로 목숨을 잃었다. 해고자가 아니어서 실업급여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목숨을 끊은 조아무개씨는 2009년 희망퇴직한 뒤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대규모 실업에 대비한다는 정부의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신차출시 축포 쏠 때, 노동자들은 질식한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기획실장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과 자살은 분명한 사회적 타살이다. 각기 다른 죽음은 2009년 5월 정리해고 광풍에서 비롯됐다. 쌍용차를 인수했던 상하이차의 먹튀 행각과 도덕성을 상실한 쌍용차 경영진의 기획파산, 여기에 더해진 정리해고가 타살의 근거다.
2009년 정리해고 반대투쟁 이후 노동자 300명이 전과자가 되고, 96명이 구속되고, 8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가압류가 제기됐다. 그도 모자라 파업 당시 기물파손 등의 책임을 물어 보험사로부터 110억원 상당의 구상권 청구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77일의 파업 끝에 나온 노사합의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8·6 노사합의서는 죽음의 시작을 알리는 ‘쌍용차 희망고문’이었다. 회사는 막무가내로 합의내용을 무시했다. 무급휴직자들은 이제나 저제나 복직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최악의 생계난을 맨몸으로 버티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사망과 자살로 그 동료와 가적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트라우마’라는 생소한 단어는 파업 이후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단어가 됐다. 정신적 심리적 치유에 대한 사회적 노력이 몇몇 양심적 의료진의 개별적 선행으로 대체되는 현실 앞에 우리는 절망한다.
현재 쌍용차는 법정관리 졸업식을 준비하고 있다. 쌍용차가 신차출시 축포를 쏠 때 노동자들은 짙은 향내에 질식한다. 회사는 대화의 장으로 나와 지금의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죽음을 방치하고 무급휴직자와 해고자·비정규 노동자들의 원상회복을 미룬다면 죽음의 행렬은 계속될 것이다.


“맞춤형 일자리 사업 등 전직지원에 최선”
양정열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과장



 


고용노동부는 2009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간 전국 최초로 평택을 지역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선정해 쌍용차 퇴직자의 재취업을 도왔다. 평택지역 주민을 채용한 사업장에 1년간 지급한 급여의 최고 절반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인데, 2천438명을 대상으로 총 34억6천만원의 지역고용촉진지원금이 지급됐다.
그 결과 고용보험 피보험자수가 증가했다. 평택시가 촉진지역 선정기간을 1년 연장할 것을 노동부에 요청했지만, 평택지역의 고용지표가 개선된 관계로 법적 요건에 맞지 않아 기간 연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기간 내 고용계획서를 제출했던 기업에는 지원이 계속된다. 올해 20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이와 함께 평택 고용센터에서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노총 평택지부가 취업박람회 개최와 노사민정 협의회 활성화 등을 담은 맞춤형 일자리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국비 2억7천여만원, 자치단체 부담금 1억3천여만원 등이 지원됐다. 올해도 국비 3억7천여만원 지원 요청이 있어 현재 심사 중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직 또는 휴직상태에 있는 쌍용차 근로자수가 1천500명이 넘어 안타깝다. 지난달 말 현재 쌍용차 퇴직자 1천338명 중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814명과 취업 후 다시 실직한 274명 등 1천88명이 현재 실직상태에 있다. 무급휴직자 457명도 8·6 합의서에 대한 노사 간 이견으로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노동부는 이들에게 전직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재취업을 독려하고 있다. 노사발전재단에서 진행하는 노사공동전직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있다. 쌍용차 퇴직자들이 언제든지 문을 두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쌍용차 무급휴직자 문제 해결 정부가 나서야”
정장선 민주당 의원(경기 평택을)



 


2009년 8월 쌍용차 노사분규가 극적 타결을 이룬 이후 쌍용차를 떠난 노동자만 2천명이 넘는다. 직장을 잃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사연 모두가 안타까운 이야기다. 최근 심근경색으로 숨진 임아무개씨는 쌍용차 구조조정 당사자 중 한 명이다. 그의 부인은 지난해 남편의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했다. 두 아이 역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미성년자인 두 아이는 갑자기 고아가 돼 버리고 말았다. 쌍용차 구조조정으로 인해 숨진 노동자와 가족이 14명에 이른다.
특히 임아무개씨의 경우 완전 해고 상태가 아닌 무급휴직 상태였다. 회사로부터 4대 보험만을 지원받았을 뿐, 퇴직금이나 실업급여를 받지도 못하고, 쌍용차 직원인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도 없었다.
구조조정 당시 노사합의안에는 회사가 정상화되면 해고노동자를 우선 복직시키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쌍용차의 현재 상태가 해고노동자를 복직시킬 정도로 정상화된 상태인지에 대해서는 노사 양측의 의견이 다르다. 그러나 회사 상태를 판단하기에 앞서 노동자가 죽어 가고 가정이 붕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 달에 한 명꼴로 노동자와 가족들이 죽어 가는 이 상황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방관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것은 무급휴직자들의 생활고를 덜어 주는 것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무급휴직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노사와 함께 마련해야 한다.


“쌍용차 노사합의 이행해야”
정명기 한남대 교수(중국통상·경제학부)



 


한국사회에서 ‘해고는 곧 살인과 같다’는 것이 입증됐다. 파업 끝에 노사가 약속한 노사합의서를 사측이 제대로 이행했더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다 못해 사측은 약속을 지키겠다는 최소한의 신호조차도 노동자들에게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쌍용차의 구조조정은 사회적 구조조정이다. 쌍용차 사태에 관여한 정부도 이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정치권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했다. 그러는 동안 쌍용차 노동자 구제대책은 생색내기와 무용지물에 그쳤고 노동자들은 벼랑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측이 신차를 개발하고 흑자 전환을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쌍용차 밖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사측이 노사합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그것이 기업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실행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다. 정치권도 대화와 압박을 통해 사측이 약속을 이행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사측이 이 같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서로 미루고 외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 또한 그간의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쌍용차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의무다.


"쌍용차 합의 이행, 정부는 긴급 생활자금 지원"
홍희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일방적인 2천646명의 정리해고 통보에 77일간의 옥쇄파업으로 저항했다. 그 후 8월6일 파업 참여자의 절반 정도인 462명에 대해 1년 무급휴직 뒤 순환복직하기로 노사합의를 하게 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2010년 8월6일 복직해야 할 462명의 노동자들은 복직하지 못했다. 사측이 합의를 파기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극심한 생활고와 스트레스가 이어졌다.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14명의 노동자가 생활고와 우울증·직업병 등의 이유로 자살·사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의 대책은 있으나 마나였다. 고용대책TF와 취업전담반을 운영했다지만 쌍용자동차의 희망퇴직 노동자 중 재취업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순환복직 대상자들은 해고자 신분이 아니어서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 채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해결방안은 명확하다. 쌍용차는 합의대로 순환복직을 즉시 시행해야 한다. 정부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비극적인 죽음의 행렬이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측과 정부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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