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 시절에는 군장성 출신이 낙하산 사장으로, 문민정부 시절에는 고위관료 출신이 낙하산 사장으로 왔어요. MB정권에서는 친인척이 낙하산 사장으로 왔습니다. 2010년 영업이익 약 1천200억원을 기록한 회사가 18명을 정리해고했어요.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서울 관훈동의 (주)카프로 본사 앞에 주차된 자동차에 걸린 펼침막이 눈에 들어왔다. 펼침막에는 카프로노조 해복투라는 이름이 선명했다. 울산공장에 있던 노조는 지난 13일 본사 상경투쟁에 나섰다. 요구사항은 해고자 복직과 신규채용이다. 사장실 앞 복도에 자리를 펴고는 이튿날부터 매일 근처에서 두 번의 108배를 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관훈동 본사에서 만난 황대봉(54·사진) 카프로노조 위원장은 “108배라기보다 25분 동안 계속 절하고, 잠시 쉰 뒤 25분 동안 다시 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5분 절하면 신기하게 100번 남짓이 된다”며 “1천배 하는 사람도 있다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연은 2006년 파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파업이 끝난 뒤 18명이 해고됐다. 황 위원장은 이를 "보복해고"라고 했다. 노사 간 분란의 이유는 구조조정이고, 그 배경에 낙하산 인사의 보신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황 위원장의 판단이다. 황 위원장은 현재 사장이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동향에, 가까운 친척이라고 했다.

“구조조정을 너무 심하게 했습니다. 사장이 임기보장용으로 철저하게 한 거죠. 생산량은 세 배 늘었는데 인원은 절반으로 줄었어요. 89년에 8만톤이던 생산량이 지금은 27만톤으로 늘었는데 인원은 640명에서 350명으로 줄었습니다. 2005년 이후부터 사람만 내보내고 채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이 피곤해하고, 산재환자도 늘고 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카프로는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제조업체다. 1969년 설립됐다. 카프로락탐은 나일론 제품의 원료다. 회사 소개에는 ‘노사협조’라는 내용도 있었다.

“울산석유화학단지 내에서 1980년 제일 먼저 노동조합이 설립된 (주)카프로는 대립과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때마다 대화와 타협으로 슬기롭게 대처했다. 참여와 협력의 열린 경영으로 노·사협력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으며 종업원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심을 끌어내는 근원적인 힘은 바로 신뢰입니다.”

황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도 원만한 노사관계를 하고 싶죠.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이 돼 있어야 합니다. 해고자 복직시키면 다 끝납니다. 어떤 고용안정이라는 말보다 해고자복직이 최고의 신뢰 아니겠습니까. 원만한 노사관계를 원한다면 그것부터 해결해야죠.”

황 위원장과 조합원들의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대 주주인 효성까지 싸움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최근 상급단체인 화학노련 간부까지 포함해 두어 차례 회사측 관계자를 만났는데,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영업이익 1천200억원을 기록한 회사에서 해고자 원직복직은 법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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