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54·사진>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정책연대와 관련한 새로운 대화 틀에 대해 의논했다고 밝혔다. 김성태 의원은 당 지도부에 한국노총의 요구를 전달했고,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TF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TF에 참여인사의 중량감이 한나라당의 대화의지를 엿볼 잣대"라고도 했다.

지난 11일 오후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만남이 시종일관 냉랭했던 분위기였던 것과 사뭇 상반된다. 이날 만남을 참관했던 한 참석자는 “TF 구성 제안은 없었다”면서도 “노동관련법 개정을 위한 물밑 논의는 계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심 의장과 이 위원장의 만남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인터뷰는 김 의원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 한국노총 임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모두 정책연대 파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위원장이 가장 강하게 얘기했다. 당에서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분명히 부담스럽다. 국민들에게 노사관계가 불안하게 비칠 여지가 크다. 그렇지만 정책연대 파기는 한국노총의 생각이지 한나라당이나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다만 2007년 정책연대를 체결한 당사자가 이용득 위원장이다. 제대로 된 정책연대 협의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간 정책위의장·노동위원장·환경노동위원회 간사 등이 팀을 꾸려 협의를 했다. 물론 결과물과 성과물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한나라당이나 정부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 이용득 위원장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한국노총은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투쟁과 협상을 병행하겠다는 분명한 원칙과 기조가 있는 것 같다.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뭐든지 결정해 놓고, (그 다음에) 대화하고 협상하고 타협하자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화하고 타협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절충의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

- 정책연대 3년간 별다른 성과가 없었는데. 협상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어찌 됐든 한국노총 조합원들에게 MB정부가 희망이 되지 못했고, 노동운동이 퇴보했고,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어려워졌다. 이번 이용득 집행부가 정책연대 파기를 내걸고 전면적인 투쟁을 선언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한나라당과 정부가 한국노총과 새로운 대화와 타협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용득 위원장과 대화하면서 '한나라당이 주도해 한국노총과 실질적인 대화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에 공감했다. 당 지도부에도 그 내용을 소상하게 전달했다."

- 새로운 대화 틀이 만들어진다면 무엇을 논의하는가.
"노조법 개정이 중심이 될 것이다. 전임자임금 제도를 현실적으로 개선하는 것과 복수노조 제도의 문제점 등 쟁점이 노조법 개정과 관련돼 있다."

-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했는데, 한국노총이 대화 틀을 만들겠는가.
"정책연대 파기야 이미 조합원과 국민에게 선언한 마당이다. 수순을 밟는 것은 의미가 없다. 되레 파기를 선언했으니까,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정책연대의 협약 정신이 상실됐고, 그래서 종말을 고한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시작을 위해 새로운 대화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하고, 대화 틀을 만든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용득 위원장이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노동운동이 할 일은 집회·시위, 투쟁의 동력을 모으는 길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상대가 있다. 투쟁의 목소리는 정부와 정치권을 향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정부와 대화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이용득 위원장도 대화·타협, 투쟁 등 투트랙으로 이 상황을 이끌겠다는 것 아닌가."

-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한나라당과 정부가 한국노총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당에 TF를 구성해야 한다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내 소장개혁파 모임인 민본21의 간사를 맡고 있다. 소장 개혁파 의원들이 한국노총의 주장에 대해 당내 공감대 확산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과 노력을 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와 노조법 개정과 관련한 고민까지 묶어서 풀어 나갈 것이다."

- TF 구성이 정책연대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2007년 이용득 위원장이 정책연대를 체결한 뒤 3년을 1차라고 본다면 1차 정책연대는 파기된 것이다. 새로운 정책연대를 시작한다는 의미가 맞을 것이다. 2차 정책연대 협상력이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완전한 정책연대 파기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용득 위원장이 요구하는 TF,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의 협상을 위한 TF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TF는 한나라당 대표와 지도부로부터 전권을 받아야 한다.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의 관계회복과 정책연대 신뢰성 회복을 위한 특단의 임무를 부여받은 조직으로 TF가 구성되고 기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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