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풀렸던 날씨가 영하 6도로 뚝 떨어진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근처. 도급업체 교체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63빌딩 주경시설환경노조 조합원들이 63빌딩을 둘러쌌다. 아침에 한 차례 집회를 한 뒤 오후 내내 추위에 떨며 1인 피케팅을 하던 중이었다.

“너무 춥지요. 하지만 이건 아무것도 아니죠. 지난 설연휴에는 얼마나 추웠는데요.”
지난 6년간 63빌딩에서 주차요금 정산업무를 했던 여성조합원 정아무개(40)씨는 “이달 1일부터 숙식투쟁을 하며 집에 가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여성조합원 2명은 회사측과 충돌 과정에서 부상을 입어 입원해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사는 이날 오후 63빌딩 동문 진입로에 얽혀 있었다. 63빌딩을 소유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63빌딩을 방문하자 노조는 김 회장을 만나려고 시도했고, 직원들은 이를 막으면서 대치 국면이 형성됐다.

“어쩔 수 없잖아요. 63빌딩 관리를 위한 자회사인 (주)한화63시티와 새 도급업체인 하이파킹은 고용·단협승계는 안 된다며 무조건 11개월짜리 신규채용만 하겠다고 합니다.”
26년간 63빌딩 보안업무를 담당해 온 최아무개(55)는 “26년간 업체가 바뀌었다고 이렇게 나가라고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최씨는 “애초 63빌딩 주차·보안업무는 모기업인 대한생명의 자회사인 대생개발과 명우실업 직원이 맡았다”며 “그런데 10년 전 고용과 단협·임금에 불이익이 없다고 해서 아웃소싱을 했는데, 이번에 새 도급업체가 느닷없이 고용·단협승계를 못하겠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새 도급업체의 입찰가격은 기존 업체보다 1억5천만원이나 적었다. 그래서 11개월짜리(2~12월) 도급계약을 하고, 고용과 단협승계를 거부하려는 것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63빌딩에서 26년 근무했다는 한용덕(52) 노조 부위원장은 “도급업체가 바뀌었다고 길거리에서 투쟁하게 된 것은 처음”이라며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와 새 도급업체인 하이파킹은 지난 8일 첫 교섭을 가졌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원청인 한화63시티와 고용노동부까지 참여하는 4자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9일 63빌딩 동문 앞을 지키고 선 박상옥(52·사진) 위원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번 63빌딩 도급계약이 편법적이고 불공정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하이파킹은 11개월짜리 신규채용만 고집하고 한화63시티는 고용·단협승계는 하이파킹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나 몰라라 한다”며 “원청인 한화63시티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원청인 한화63시티가 풀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노조는 수차례 교섭을 요구했고 이달 8일 노사교섭이 이뤄졌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며 “한화63시티는 당사자가 아니라며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생존권 사수를 위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11개월짜리 도급계약을 해 놓고 고용·단협 승계를 못하겠다고만 할 게 아니라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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