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정부가 9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분리해 처리하기로 했다. 한·EU FTA를 먼저 처리하고, 동향을 살펴 한미FTA를 비준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은 반대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이렇게 합의했다. 당정은 한·EU FTA 동의안을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월 국회에 상정해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같은 당 남경필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6월까지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늦어도 6월까지는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남경필 의원은 한미FTA에 대해 “비준동의안 처리시한을 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미국(의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되면 우리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무성 원내대표는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비준안동의안을 강행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동의안은 (강행) 처리할 필요가 없고 당당하게 시기에 맞게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처리절차 논란과 관련해 "추가협상을 담은 서한과 2007년 양국이 서명한 본협정은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본협정문은 현재 외통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계류돼 있다. 정옥임 원내부대표는 “추가협상 결과를 담아 서명을 교환한 서한은 원 협정문과 독립된 별도의 조약으로 완전한 일체성을 갖고 있다”며 “서한에서 본협상문과 별도의 조약으로 지칭하고 병존하되 충돌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한 여러 조문을 뒀다”고 강조했다. 추가협상으로 본협상문이 변경됐으니 본협상문에 대한 동의안을 외통위에서 다시 심의·의결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야당의 ‘비준안 처리불가’ 태도는 분명했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미FTA 재협상은 부적절한 시기에 강행해 얻은 굴욕적 협상이자,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퍼준 최악의 불평등 협상”이라며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날치기 예고이며,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차영 대변인은 한·EU FTA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차 대변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비밀협상을 했다”며 “국회에 특위를 구성해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분리비준 입장은 추가협상안을 밀어붙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추가협상과 본협상을) 모두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