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새벽 6시29분 삼성전자 LCD사업부 탕정공장 기숙사 건물 13층 창틀에 김주현씨가 걸터앉았다. 이날 김씨는 새벽 4시20분부터 2시간여 동안 자신의 방인 603호와 15·14·13층을 오갔다. 2시간 사이 김씨는 4차례 자살시도와 망설임을 되풀이했다. 6층 기숙사 방에서 나와 14층에서 창쪽으로 갔다가 물러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방에서 머물다가 다시 13층 복도 창문에 걸터앉았다.

목숨을 끊기 30여분 전인 새벽 6시14분에는 13층 복도에 앉아 있는 그를 방재요원이 설득해 6층 방으로 데려갔다. 그러나 방재요원들은 1분여 만에 철수했고, 김씨는 방재요원이 사라진 지 20초 만에 방에서 나왔다. 14층으로 갔다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 뒤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분도 안 돼 밖으로 나가 13층 창틀에 걸터않은 시간이 바로 새벽 6시29분이었다. 걸터앉은 지 15분가량 지났을까, 김씨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투신했다.

유족들과 야당, 시민·사회단체들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CCTV를 시간대별로 분석한 내용이다. 회사가 자살을 막을 수 있었는데도 김씨를 방치했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조사 과정에서 방재요원들은 ‘김주현군에게 말을 걸어 진정시키고 쇼파에 누워 자는 모습을 확인하고, 기척이 없어 5~10분 후에 나왔다’고 진술했다”며 “아무 조치도 없이 곧바로 철수해 놓고 허위진술을 했다”고 비판했다. 유족은 “다른 직원이 (김씨가) 뛰어내리기 전에 5분간 목격하고 회사에 신고했다”며 “회사가 (김씨를) 지켜보거나, 후송하거나, 가족에게 알렸더라면 투신을 막을 수도 있었다”고 오열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무책임도 논란이 됐다. 유가족을 비롯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경찰은 CCTV 존재 사실도 몰랐고, 삼성측이 유가족에게 제출하는 것도 말렸다”며 “결국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열람만 할 수 있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요구에 대해 “요건상 부합하지 않아서 안 되고 진정사건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칠준 민변 부회장은 “특별감독 요건은 기관이 재량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노동부의 의지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고,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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