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성향을 과일 이름으로 분류하며 발전노조의 탈퇴공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난 한국동서발전이 관련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서발전의 노조 탈퇴공작 내용을 담은 ‘발전노조 탈퇴 투표 결과에 대한 원인과 대책’ 문건과 관련해 회사측이 "개인적으로 구상해 만든 자료"라고 해명한 것과 반대로 담당 실무자는 “보안에 최선을 다했으나 유출돼 죄송합니다”고 윗선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동서발전의 ‘MBC 기자 방문경과 보고’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탈퇴투표 대책 문건을 입수한 MBC가 이를 취재하기 위해 동서발전을 방문해 취재한 내용을 회사 경영진에 보고한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회사 노무차장은 “노무관리 실적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구상해 만든 자료로 정식으로 결재라인에 보고한 적도 없다”고 답변했고, 노사협력파트장은 “노무차장이 개인적으로 부풀려서 사실과 다르게 작성했다”고 말했다. “끈질긴 질문에도 지배·개입 사실을 끝까지 부인했다”며 자랑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런데 문건에는 “보안에 최선을 다했으나 유출돼 죄송합니다. 아직 유출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고 명시돼 있었다. 관련 문건을 윗선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야5당 의원들은 “동서발전이 범죄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 주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이들은 “동서발전 노조 파괴공작이 정부의 경영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기 위해 자행된 것이며 발전노조 파괴공작에 청와대까지 개입돼 있다는 정황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를 대상으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5당은 “노조파괴 범죄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며 공동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내용을 기초로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책임자를 소환해 책임을 묻기로 합의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홍영표 민주당 의원·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김영대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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