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확산되는 구제역의 책임을 축산농가에 돌리는 듯한 정부의 대국민 담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26일 오전 정부종합청사에서 구제역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에서 이들은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며 “발생지역을 방문할 때는 차량 내부와 외부, 사람에 대한 소독을 철저히 해 달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구제역 발생국가를 방문하는 축산인들이 있고, 지금도 30여명씩 그런 곳을 다녀오고 있다”며 “구제역 발생국가로의 여행을 반드시 삼가 달라”고 주문했다.

담화문이 발표되자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정부가 전국을 소와 돼지·닭의 무덤을 만들어 놓고도 결국 그 책임이 농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며 “구제역 확산을 방치한 농가를 고발하고 보상금도 삭감한다고 하는데, 원인과 책임을 농가에 돌리는 것이며 대책도 졸렬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차영 대변인은 “구제역 재앙은 분명한 인재”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대변인은 “안일하고 무능한 구제역 대책으로 대재앙을 몰고 온 유정복 농림부장관은 자진사퇴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국민과 축산농민을 팔아 정부의 잘못을 덮으려는 가장 파렴치한 국민 호도”라고 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농민들이 보상금이나 바라고 살처분을 한다는 식으로 농민을 모독하더니, 이제 와서 구제역 사태가 축산농민들의 해외여행 때문이고 축산농가들이 방역을 잘 못했다고 몰아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 초기 방역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축산농가에 대한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시가 보상을 대통령이 직접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은 “실의에 빠진 축산농민들의 공분을 살만한 하나마나한 담화였으며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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