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사관계의 큰 분쟁거리로 단연 복수노조 문제를 꼽을 것이다. 복수노조 관련해 개정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2011년 7월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재개정 의견 및 반대의 목소리가 심심찮다. 복수노조와 관련해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사업장과 노동자도 있겠지만, 대다수 사업장과 노동자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하다는 점에서 과연 개정 노조법이 10여년간 노사정 각 이해 대립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의문이다. 복수노조와 관련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관련한 판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건개요

154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버스회사에서 154명 근로자는 기존노조에 가입돼 있다. 기존노조와 회사는 근로자 입사와 동시에 기존노조에 가입하게 되고, 기존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한 때에는 해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유니온숍 협정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기존 노조 조합원 소속 근로자 중 8명이 기존 노조가 아닌 다른 산별노조에 가입해 수차례에 걸쳐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노조법 부칙 제7조1항의 복수노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단체교섭청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단체교섭응낙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사건이다.

법원판단

이에 대해 법원은 기존 노조와 회사 간 유니온숍 협정이 체결된 경우, 1) 기존 노조와 조직대상을 같이하면서 독립된 단체교섭권을 가지는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유니온숍 협정은 유명무실한 것이 돼 버리는 결과가 되므로 유니온숍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유니온숍 협정의 근저를 뒤흔드는 것으로 쉽사리 허용돼서는 안 되며 2) 기존 노조가 단체교섭권의 단일화를 위해 유니온숍 협정을 맺고 있는 이 사건에서 단체교섭권을 허용하는 것은 하나의 사업체인 회사 내에 복수노조를 허용해 단체교섭권을 가지고 노조가 복수가 되는 결과가 돼 노조법 부칙 제7조제1항의 취지에 반한다는 이유로 제기한 사건을 기각했다.

사건의 쟁점

이사건의 쟁점은 다음과 같다.

1) 유니옵숍 규정의 효력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단체협약상의 조항을 조직강제 조항이라 부르는 바, 이러한 조직강제 조항에는 클로즈드숍 조항과 유니언숍 조항 등이 있다.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하역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항운노조)이 클로즈드숍 조항의 체결을 지향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유니언숍 조항을 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직강제 조항은 곧 유니언숍 조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하다. 이러한 조직강제 조항으로서 숍 제도는 노동조합의 조직력 강화를 위해 필요 불가결한 수단이지만 다른 한편 그 폐단도 적지 않다. 즉 숍 제도는 근로자 모두를 노동조합에 결집해 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 근로자 개인이 조합에 가입하지 않을 자유(소극적 단결권)와 근로자가 근로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극적 단결권과 관련해 숍 제도의 합헌성에 관해 적지 않은 이론이 있다. 이는 유니옵숍 협정이 특정 노동조합의 가입을 강제함으로써 근로자의 단결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당해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3분의 2 이상을 대표하는 노동조합만이 유니언숍 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정한 규정에 의해 그렇지 못한 다른 노동조합(소수노조)의 단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소수노조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해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도 특정한 노동조합에 가입을 강제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위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지만,1) 이후 헌법재판소는 합헌으로 결정지었다. 헌법재판소는 당해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3분의 2 이상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경우 단체협약을 매개로 한 조직강제(이른바 유니온숍 협정)를 용인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제2호 단서는 근로자의 단결권을 보장한 헌법 제33조제1항 등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헌재 2005.11.24 2002헌바95·96, 2003헌바9).

이와 관련해 개정된 노조법 제81조2호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으로부터 제명된 것 뿐 아니라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2011년 7월부터는 노동조합을 탈퇴해 새로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을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한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2011년 7월 이후부터는 유니온숍 협정이 있다 하더라도 소극적 단결권은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대상판결로 돌아와 보면 개정된 노조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10년 10월 판결된 것으로 유니온숍 협정을 인정하고 있는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기존과 같이 소극적 단결권이 부정된 사례다.

2) 복수노조 판단 및 사용자의 교섭의무

노조법 부칙에서 금지하고 있는 복수노조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두 개의 노동조합이 조직된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연합단체나 초기업적 차원의 지역별ㆍ업종별ㆍ산업별 노조는 병존이 가능하다. 그런데 실무적으로 자주 다투어지는 사례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기업별 단위노조가 아닌 초기업적 지역별ㆍ업종별ㆍ산업별 단위노조의 지부ㆍ분회가 혼재돼 있는 경우다. 이에 대해 판례는 크게 세 가지 입장으로 나뉜다.

가) 기업별노조에 국한된다는 입장
이는 기존노조는 물론 신설되는 노조도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기업별노조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부칙의 적용범위를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하려는 입장으로서, 단위노조․지부․분회 등 초기업 단위노조의 산하조직까지 금지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2)

나) 초기업단위노조의 지부․분회의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입장
이는 조직대상이 중복된다면 기업별노조는 물론 초기업단위노조의 산하 조직도 복수노조 금지규정의 범위 안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부산지역택시노조와 부산민주택시노조 간의 복수노조 여부가 문제된 사건3)에서 판례는 부칙 제5조의 취지를 “과거에 금지돼 왔던 복수노조의 설립을 허용하는 한편, 교섭창구의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 등 필요한 사항이 마련되는 2001.12.31까지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별도의 단체교섭권을 가지는 복수노조를 허용하지 아니함으로써 하나의 사업체에 교섭창구의 이중화로 인한 노사관계의 혼란을 방지하자는 것”으로 파악하고 기업 내에 사실상 복수노조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금지대상의 범위를 가장 넓게 해석하고 있다.

다) 지부․분회도 특별한 경우 적용된다는 입장
이는 지역별ㆍ업종별ㆍ산업별 노조의 지부ㆍ분회는 원칙적으로 복수노조 금지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당해 지부․분회가 기업별노조에 준하는 특별한 경우 즉, 지부나 분회가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는 경우를 말한다.4)5) 아울러 지부․분회가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경우에도 기업별노조에 준해 복수노조가 금지된다고 한 판결례가 있다.6)
한편 노동부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단위노동조합을 결성해 설립신고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초기업별 단위노조의 지부나 분회를 설치하거나 당해 사업(장) 근로자가 초기업별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포괄한다(2000.1.19 노조 01254-56)”는 행정해석을 내린 바 있다.

대상판결로 돌아와 보면 기존 노조에서 탈퇴해 산별노조에 가입된 경우로 이를 복수노조로 파악했다. 근거로는 유니온숍 규정을 들고 있으나 이와 같은 판단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복수노조와 유니온숍 규정은 개인근로자의 단결선택권에 대한 제한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한 측면을 갖는다. 그러나 복수노조 금지는 단결선택권에 대한 직접적 제한이지만, 숍 조항의 경우에는 그 효력이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하려는 근로자에게는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한 개인근로자의 단결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복수노조 금지는 단결선택권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만 숍 조항의 경우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매개로 하는 만큼 그 제한이 일률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 그 인정근거에 있어서 복수노조 금지의 경우에는 노노분열의 방지와 사용자의 단체교섭 부담의 경감이 제시되고 있으나 모두가 ‘정책적 이유’에 의한 것으로 단결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있음에 반해, 숍 조항의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단결력 강화가 제시되고 있으며 이것은 ‘법적’이익으로 봐야 한다는 점 등에서 양자를 동일한 차원에서의 단결선택권에 대한 제한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맺으며

대상판결의 경우 개정법이 적용되기 직전인 과도기 시기에 나온 판결이다. 소극적 단결권이 부정됐으며, 유니온숍 규정을 근거로 복수노조로 판단해 단체교섭권리까지 인정하지 않은 사건이다. 개정 노조법이 2011년 7월부터 적용돼 유니온숍 규정의 효력은 미미할 것이며 복수노조도 허용될 것이다. 이는 근로자의 단결선택권을 포함한 소극적 단결권도 인정될 수 있는 기반은 입법적으로 처리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당장 창구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노노분쟁과 사용자의 지배개입 위험성에서 얼마나 자유로울지, 단결권 인정을 넘어 단체교섭을 통한 근로조건 및 사회정치적 지위 향상이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정 노조법이 입법화되는 과정에서 노동권 보장보다는 다른 논리들이 우선시 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로 더욱 그러하다.


각주

1) 대법원 1989.1.17 87다카2646 판결
2) 수원지법 1999.5.13, 98구1437 판결
3) 부산고법 2000.4.12, 99나7794 판결
4) 부산지법 2000.2.11, 2000카합53 ; 대법원 2002.7.26, 2001두5361 판결에서도 “독립한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한, 초기업적인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단위노동조합의 지부 또는 분회로서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을 하면서 당해 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하여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가지고 있어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에 준하여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기업별노조에 준하는 노조로서 그 설립이 금지된다”고 판시하였다.
5) 부산지법 1999.7.7, 98가합15852 판결
6) 서울행법 2000.6.29, 2000구9860 판결 ,대법원 2002.10.25, 2000다23815 판결; 원심-부산고법 2000.4.12, 99나779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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