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우리나라에서 3대 사망원인은 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이었다. 이로 인한 사망이 총사망자의 47.8%를 차지했다. 10대 사인은 암·뇌혈관 질환·심장 질환·고의적 자해(자살)·당뇨병·운수사고·만성하기도 질환·간 질환·폐렴·고혈압성 질환으로 총사망자의 70.9%가 이들 질환 때문에 사망했다.

이 통계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국민의 사망원인 중 핵심적 질환인 뇌·심혈관계질환은 현재 노동자들이 산재로 가장 인정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이정선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질병판정 발생현황 통계(2008~2010. 5)를 보면,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시행된 시점인 2008년 7월에서 12월 사이에 뇌·심혈관계질환 산재 불승인율은 78.3%, 2009년에는 84.4%, 2010년 5월에는 84.5%로 10건당 1건 정도만이 공단에서 산재로 승인됐다. 2006년 59.9%라는 통계를 참조해 보면 상당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건수가 불승인되고 있는 실정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과연 공단의 뇌·심혈관계질환의 산재 인정기준이 합리성을 가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구법상 뇌·심혈관계질환의 산재인정 기준은 시행규칙 별표에 규정됐는데, 현행법에는 시행령상 별표로 규정해 사실상 ‘법규명령’으로 효력을 가지게 됐으나 그 내용은 오히려 개악됐다.

실제 그 인정기준은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혈관질환 또는 심장질환 및 근골격계질환의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노동부고시 제2008-43’에 규정돼 있다. 이를 보면 각 급성과로·단기과로·만성과로로 구분해 24시간 내 돌발적인 과로 상황의 실제 여부, 발병 전 1주일 이내 30%의 업무증가 여부, 발병 전 3개월 이상 만성적 과로가 있었는지 여부 등으로 규정해 판단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노동부 고시 등을 포함한 산재 인정기준의 법리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논문(이희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한 연구, 박사학위논문 (2008) 164~179면)에서 충분히 비판된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을 보면 △업무수행 중 뇌출혈의 경우 업무수행성의 인정시 산재가 인정된 것을 삭제한 점 △30%의 정량적 기준을 일률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 △법률상 근로시간이 아닌 사실상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장시간근로자의 경우 오히려 산재인정에서 불리해지는 점 등이 지적됐다.

그래서 현재 뇌·심혈관계질환의 경우 업무수행 중 뇌출혈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동일하게 업무기인성 판단을 받고 있다. 1주 30%라는 획일적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우리나라와 같은 장기간 노동조건 하에 있는 근로자의 경우 실근로시간 이상의 30%의 초과근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산재 승인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만성과로의 경우 지난해 7월 공단 보험급여국에서 작성한 문건을 보면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만성과로에 대한 개념이 모호, 만성과로에 대하여 시간적 개념만 도입하게 될 경우 실무에 있어 시간에만 중점을 두고 운영하여 의학적 인과관계를 반영하지 못할 우려, 개인적인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이를 고려하는 기준이 미흡, 판정 시 기존질환에 대한 건강관리를 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없어 혼선”이라고 스스로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인과관계의 판단기준을 법원과 달리 보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두13841 판결)고 판시했다. 그러나 실제 운영의 기준이 되고 있는 ‘뇌심혈관계질환 업무상질병 판정 지침’(지침 2008-30호)을 보면, “업무 과중성의 판단은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지 특정 근로자를 대상으로 업무량을 비교하여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단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을 보면 사실상 최초 재해조사서인 ‘뇌심혈관계질환 체크리스트’가 지나치게 근로시간의 평가 및 측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뇌심혈관계질화의 유발 악화요인으로 법원에서 중요하게 판단하는 스트레스 평가를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법원은 과로와 스트레스를 동일가치에서 비교해 검토하고 있어 단지 시간적 측면에서 근로시간의 과다라는 요인만으로 산재 인정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최근 대법원은 개성공단 근로자의 뇌출혈의 산재인정 파기 환송 판결에서 “원고가 받았던 스트레스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심한 스트레스였다면 뇌내출혈의 유발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과로보다 오히려 “스트레스에 대한 사실”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두10372 판결)

따라서 뇌·심혈관계의 업무상재해 인정기준과 관련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는 근로자 본인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현행 노동부 고시가 모방한 일본의 ‘뇌혈관질환 및 허혈성심질환 등의 인정기준’처럼 기준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심리적 부하의 스트레스를 재해 조사시 적극적으로 조사·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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