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가고 있다. 세밑에 힘겨운 이들이 다시 생각나는 때다. 없는 이가 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계절에 다시 한 번 가계부채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주지하다시피 저소득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위험하기는 중간소득층이 더 심각할 수가 있다. 가계부채가 여전히 조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부채에 기반한 자산 거품, 차입에 기반한 소비 확대가 낳은 필연적 결과를 우리는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인가. 고용에 기반한 소득, 소득에 기반한 소비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가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이겠으나 가계부채의 문제는 그 이전에 다양한 단기 정책들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의 가계가 직면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의 주택담보대출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 보자.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치기간에 신용 팽창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만기일시 상환형 비중이 높다. 이는 거치기간에는 이자만 내고 원금은 상환시기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내지 않는다. 이와 대비해 원리금균등 분할상환 방식이 있다. 하루빨리 가계부채 구성을 이 방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만기일시상환형은 최초 2~3년은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이 주어지고 원금까지 상환할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주택을 매도해 차액을 남길 경우 가장 큰 레버리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확대된 것이다. 부동산 버블기간 동안에 은행권과 가계의 투기심리가 합작해 만들어 놓은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원금을 무시하고 이자만 계산에 넣는 경우가 많아 소득에 대비해 과도한 부채를 발생시킨다. 현재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약 90%)이 이러한 방식이며 이는 부동산 버블을 양산했다.

위험구조 하나, 만기에 위험이 집중

문제는 처음부터 원금 상환에 대한 고려가 없었기에 현재와 같이 주택거래가 미비한 상황에서 거치기간이 종료되면 가계의 금융비용이 갑자기 치솟는다는 것이다. 유동성에 위기를 맞는 가계는 카드론 등 고금리 신용대출로 생활할 수 밖에 없다. 더욱 높아진 금융비용 때문에 가처분 소득은 급감하고 연체가 발생하며 한번 발생한 연체는 다른 대출의 금리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려 파국에 이르게 한다. 주택경기가 침체된 이상 거치기간 연장 외엔 방법이 없지만 은행도 현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해 연장에 소극적으로 입장을 바꾸며 채권회수에 나서고 있어 가계의 우려는 심해지고 있다.
한 경제학자에 따르면 대공황 이전 미국 모기지시장의 특징이 바로 이와 거의 유사했다고 한다. 당시 미국의 주택담보시장은 첫째 거의 모든 대출이 5년 만기의 단기대출이라는 점, 둘째 만기 일시상환이 대부분이라는 점, 셋째 대부분이 변동금리부 대출이며 마지막으로 LTV는 단기대출, 만기일시상환 대출이 주종을 이룬다는 특징이 바로 그것이다.

위험구조 둘, 경기침체기에 가계에 책임 전가

이러한 형태의 주택금융은 차입자가 위험을 모두 떠안는 형태다. 만기 일시상환 방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외부적인 충격에 의해 대출계약의 갱신(refinancing)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계의 도산확률이 급격이 높아지는 취약한 구조다. 실제로 대공황의 발생과 함께 나타난 신용경색과 이로 인한 대출연장의 실패는 수많은 미국 가계를 파산으로 몰고 갔으며 당시 미국 주택자산의 10%가 채무불이행 상황에 처해진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특징은 금리 하락기, 주택가격 상승 에는 수요 및 공급측모두에 상당히 유리한 시스템이지만 금리 상승기나 주택가격 하락시에는 차입자가 두 가지 위험을 동시에 떠안으면서 채무상환능력이 동시에 악화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신용대출 비중이 30~40% 정도로 상당히 높아 경기부진 장기화, 소득불균형 악화시 저소득층이나 저신용등급 계층을 중심으로 부실화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신용대출 잔액은 기존의 담보대출에 대한 재계약(refinancing)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융권은 신용대출 잔액을 이유로 만기 연장에 불응할 수 있는 것이다.
상환방식의 전환을 통해 가계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
현재 가계 신용에 대한 규제는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한 LTV·DTI 규제가 핵심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규제는 대출자, 즉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대출 이전에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나 이미 부풀려진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외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지적돼 온 한국경제의 취약점은 가계부채다. 연착륙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부채상환 방식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서민을 위하는 경제정책은 소액대출을 더 늘려 주는 것만이 아니다. 이는 아주 일부분이며 몸통은 이미 700조원으로 풀린 부채를 어떻게 전환할 것이냐에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