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20대 대부분이 실업자라는 의미의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현재 우리의 청년실업률은 높다. 최근에는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해외 인턴십까지 하러 나서는 상황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사람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설립신고 반려처분한 것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대상판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겠다.

2. 사안의 개요 및 경과

대상판례의 원고인 ‘청년유니온’은 2010.3.18(1차), 4.13(2차)에 2차례에 걸쳐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했으나, 2차례 모두 설립신고 반려처분을 받았다.
1차 설립신고 반려처분의 사유는 ① 총 조합원 80명 중 12명만이 취업상태이고, ② 임원의 일부 및 조합원의 대부분이 무직 상태이며, ③ 당해 노동조합 규약 제7조에서 구직 중인 청년노동자를 가입대상에 포함하는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제4호에 의한 근로자가 주체가 된 단체로 보기 어렵고, ④ 동 규약 제2조 등에 의할 때 정치활동이 주된 목적과 사업으로 판단돼 노조법 제2조제4호 마목 및 라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청년유니온은 총회를 개최해 규약 일부를 변경하고, 조합원 57명의 탈퇴로 총 조합원은 23명으로 해 2차 설립신고를 했으나, 1차 설립신고 반려처분 때와 동일한 사유 및 보완요구에 대해 청년유니온이 보완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립신고를 반려 처분했다.

보완요구의 내용은 노조의 임원이 근로자인지에 대한 증빙자료 및 탈퇴한 57명의 진위 확인 서류 및 구직 중인 청년 노동자를 가입대상에 포함한다는 조직대상 내용을 관계법령에 부합하게 변경하라는 것이었다.

3. 쟁점 - 노동조합의 조직대상이 적합한지 여부

대상판례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노조를 구성하는 조합원이 반드시 소속 사업장이 있는 근로자인지 여부이다.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이라 함)과 노조법에서는 각각 근로자에 대해 정의하고 있으나, 대상판례에서 살펴봐야 할 근로자의 정의는 노조법 제2조1호에서 말하는 근로자다.

노조법 제2조 1호에서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를 근로자로 보고 있으며, 근기법의 근로자 개념과 같이 반드시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를 맺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의 종류에는 산업별·지역별·직업별 및 기업별 등이 있고, 근로자의 개념을 대상판례의 피고와 같이 반드시 소속된 사업장이 있는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사실상 기업별 노조를 제외하고 다른 노조 형태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며, 이는 근로자의 단결권을 보장할 목적으로 입법된 노조법의 취지에 어긋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초기업적 노조의 경우에까지 기업별 노조의 경우에 적용되는 근로자의 개념이 적용될 여지는 없으므로, 대상판례의 피고가 원고인 ‘청년유니온’에 대해 당해 노조의 임원이 근로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빙서류의 제출이나 조직대상의 가입범위를 구직 중인 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정정하라는 요구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적정하다고 생각된다.

서울고등법원은 노조를 조직할 수 있는 대상 자체에 대해 “불법체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가입하는 것이 제한되지 아니하며, 출입국관리법에서 외국인의 취업자격에 관해 규율하면서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이라는 사실적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고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사실상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에 취업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고용계약이 당연 무효라고 할 수도 없으며,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 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를 이루어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근로자단체를 결성하는 것까지 금지하려는 규정으로 보기는 어렵다(2007.2.1 선고 2006누6774 판결)”고 판단한 바 있다.

4. 시사점

대상판례의 피고가 당해 노조에 대해 설립신고를 반려처분한 사례를 보면서 프랑스의 경우가 떠올라서 씁쓸했다. 물론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유럽 선진국들의 환경과 우리나라는 다르지만, 아직도 우리나라가 노조에 대해 생각하는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 것이다.

우리나라는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단체라는 식의 관점으로 바라보지만, 프랑스의 경우 노조는 시민사회의 한 집단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체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하기 때문에 학생 노조가 존재하고, 이들이 사회적으로 발휘하는 힘도 크다. 2006년 최초고용제(26세 이하 젊은이들을 2년 이내 해고를 쉽게 하는 최초고용계약제)의 법안통과를 저지시키기도 했고, 최근 연금법 개정 때는 고등학생이 함께 참여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저런 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아예 설립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 보인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그러한 단결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조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노조법상 근로자를 반드시 취업된 근로자로 한정하는 것은 이러한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상판례의 결정은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대해 노조법의 입법취지를 살린 결정으로 생각된다.

5. 맺음말

대상판례는 노동조합의 조직범위 대상이 단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노동가능성이 있는 일반시민으로 판단하고 있어 노조법의 입법취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되며, 해당 사례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노동이나 노동조합에 대한 일반적인 교육이나 체계적인 교양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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