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무리 기대를 걸어 보려고 해도, 또 질책을 해서 개과천선 시켜 보려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비난여론이 다시 일고 있다. 지난 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전원위원회를 열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진정사건을 각하한 것을 놓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말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개각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을 물러날 수 있도록, 그래서 인권위가 다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박기춘 수석부대표는 진정을 제기한 김종익씨가 검찰의 ‘표적 수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6월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 한나라당이 물타기로 김종익씨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며 “김종익씨가 어제(27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명백한 보복수사다”고 말했다. 김종익씨의 혐의는 불법자금을 조성해 참여정부 실세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인권·시민단체들은 인권위의 각하결정 사유를 문제 삼았다. 인권위는 각하결정 이유로 인권위원회법 32조의 ‘1년 이상 지난 사건과 수사기관이 수사를 벌일 때는 사건을 각하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었다. 전국 87개 인권사회단체들이 참여한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성명을 내고 “인권위법 32조의 각하조항은 인권위가 인권침해에 대해 신속하고 빠르게 권리구제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조항으로 다른 과거사 청산기관과의 업무 분장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법의 취지를 외면하고 나아가 인권위법을 잘못 적용해 부결시킨 것은 인권위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인권위가 인권침해에 대해 손을 들어주고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공동행동은 “인권위가 허준영 철도공사사장의 노조원 사찰과 기무사의 쌍용차노조 사찰, 국정원의 유엔 특별보고관 사찰을 모두 각하시키거나 외면했다”며 현 위원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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