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소통’이었다. 국내 한 포털사이트가 결산한 ‘2010 인기검색어’ 8위에 트위터가 올랐다. 전 세계 트위터 가입자수는 1억7천500만명. 국내 가입자수는 지난 4월 20만~30만명에서 지난달 200만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정부는 ‘소통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 줬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았던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을 날치기로 처리한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계는 조합원, 국민과 얼마나 소통했을까.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공장 점거농성을 벌이던 지난달 23일.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170여발의 폭탄을 쏟아 부었다.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연평도 포격은 모든 이슈를 잠식해 버렸다. 이튿날로 예정돼 있던 민주노총과 야5당(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의 기자회견도 취소됐다. 민주노총과 야5당은 이날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정치적 대응계획을 밝힐 예정이었다.
 


언론의 관심은 바로 연평도로 향했다. 주요 매체들은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를 더 이상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그런데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었다. 트위터를 이용하는 트위터리안들이었다.
연평도 포격 이틀 전인 지난달 21일 저녁 농성 중인 비정규 노동자들은 트위터 활용법을 교육받았다. 농성장 안에는 젊은 조합원들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트위터 얘기가 나왔다. 노조 간부와 취재차 농성장 안에 있던 이명익 노동과 세계 기자가 강사로 나섰다. 노조 간부는 갤럭시S, 이 기자는 아이폰을 강의했다.

처음 트위터를 시작할 때는 팔로어가 많은 파워 트위터리안의 입소문이 필요한 법. 이 기자는 고재열(@dogsul) 시사인 기자와 정호희(@baltong3) 민주노총 대변인에게 농성자들을 ‘트친소’해 줄 것을 부탁했다. 트친소는 트위터상에서 트위터에 입문하는 친구들을 소개하는 것을 말한다. 이 기자는 “기자인 내가 트위터에 소식을 올리는 것보다 당사자들이 직접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언론 통하지 않고도 직접 소통
 
트위터를 배운 노동자들은 각자 계정을 만들어 농성장 소식을 바깥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농성장 화장실에 물이 안 나온다”, “회사 관리자 수백 명이 몰려왔다”는 소식이 실시간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트위터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자신이 올린 글이 트위터리안들 사이에서 리트윗(RT)되는 것을 본 노동자는 농성장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이제 기자가 없어도 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트위터리안들은 농성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자 트위터상에 ‘비정규직당’까지 생겼다. 연평도 포격사태 이후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의 농성소식을 다룬 언론보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새로운 투쟁을 시도했다. 인터넷 검색 게시판에 ‘현대차 파업’을 반복적으로 입력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높여 달라는 글을 트위터로 퍼뜨린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점거농성은 검색어 순위 10위 안에 진입했다. 이른바 ‘트위터 투쟁’으로 일약 스타가 된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 최아무개(@mnmnpa)씨는 농성이 끝난 뒤에도 트위터를 계속하고 있다. 최씨는 이달 13일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한 달 만에 출근해서 일하네요. 기분이 좋습니다. 다들 수고했다고 인사하고 모르는 분들까지 악수하고 가시네요. 이제 시작일 뿐인데. 오랜만에 일하니깐 좋습니다.”
현대차 농성장에서 벌어진 트위터 투쟁은 노동자 투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짐작케 한다. 언론보도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뉴스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노동계, 잇따라 트위터 계정 개설
 
10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우리는 노동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부산을 출발해 서울까지 장장 640킬로미터를 걸었다. 도보행진 참가자들은 쉬는 시간 틈틈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식을 전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 일종의 제보가 돼 기존 매체에 보도되는 경우도 많다.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ysy2000)은 8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으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자 출석요구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출석요구 이유는 “설립신고가 나지 않는 노조에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양 위원장은 “설립신고를 내주지도 않고, 노조 명칭도 못 쓰게 하니 화가 나서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 글을 본 한 일간지 기자는 다음날 관련기사를 내보냈다.

트위터가 확산되면서 노동계에서도 트위터 붐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ekctu)과 전국공무원노조(@ekgeu)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트위터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트위터에 글을 올릴 때 ‘#민주노총’, ‘#공무원노조’라고 쓰면 자동으로 글이 모아지는 기능을 활용한 것이다.

조창형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현장에서 투쟁하는 소식이 실시간으로 알려지면서 공무원노조의 활동을 알게 됐다는 국민이 많아졌다”며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내용을 보고 함께 분노하기도 하고 응원을 보내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노조는 조합원·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3월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무원노조 명의 웹사이트에 대해 접속차단을 요청했다. 이후 많은 지자체들이 노조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그러자 노조는 5월 노동계에서는 처음으로 모바일 전용 홈페이지(m.kgeu.org)를 개설했다. 스마트폰에서 홈페이지에 바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지사항과 보도자료 같은 소식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동 중에도 자유롭게 자유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다. 조합원들이 지자체의 접속차단 조치와 무관하게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속노조도 공무원노조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9월부터 모바일 웹사이트(m.ilabor.org)를 통해 노보를 제공하고 있다.
 
SNS 사업 구상하는 노조들
 
철도노조(@krwu7788)는 이달 22일 노조 간부와 조합원 30여명을 상대로 트위터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을 받은 30명 중 트위터를 경험한 간부는 5명에 불과했다. 노조는 사업장이 전국에 분포해 있다는 것을 감안해 내년부터는 전국 8개 지방본부(내년 1월부터 5개 지방본부로 통폐합)별로 트위터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정재화 노조 정보통신국장은 “이젠 파업을 할 때만 노조 소식을 알려서는 안 된다”며 “일상적으로 노조활동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교육에 참여하는 간부들이 처음에는 트위터를 어려워했지만 다른 교육 때보다 훨씬 집중력 있게 들었다”고 귀띔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달 노조 정치위원회 위원들의 요구로 페이스북 활용방법을 교육했다. 페이스북은 트위터와 함께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노조는 업종의 특성상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이나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처럼 국민의 호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주로 한다. 내년에는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공무원노조도 페이스북을 활용한 조합원 네트워킹 구축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신속한 결재 등은 한계
 
트위터를 활용하는 노조들도 고민은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트위터 공식 계정을 개설하지 않고, 노조 간부들이 자발적으로 노조의 소식이나 대국민 사업들을 홍보하고 있다. 박미경 노조 선전부장은 “공식 계정으로는 노조의 공식적인 입장만 전달해야 하는데 일일이 결재를 받다 보면 신속성에 한계가 있다”며 “민주노동당 트위터는 활성화돼 있지 않지만 이정희 대표의 트위터는 활성화돼 있는 것에 착안해 개인적인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노총의 경우 공식 계정보다는 정호희 대변인의 팔로어가 훨씬 많다.

얼마나 많은 팔로어를 확보하느냐도 관건이다. 일단 자신의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인이 아닐 경우 팔로어를 늘리려면 우선 다른 사람을 많이 팔로잉해야 한다. 또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의 글에 호응을 해 줘야 한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보급도 과제로 떠오른다. 조창형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노조 복지사업단에서 아이폰 판매사업을 벌였는데 생각보다 판매량이 적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스마트폰을 보유한 공무원들이 더 많아지면 홍보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인터넷, 2012년 SNS
 
내년에도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이유 중 하나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트위터의 영향력을 꼽았다. 예컨대 트위터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했는데, 이것이 예상외의 효과를 거뒀다. 2002년 대선에서는 인터넷이 선거의 변수였다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소셜네트워크가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정재화 철도노조 정보통신국장은 “트위터에는 비정규직 문제 같은 사회 문제나 정치 상황에 대한 정보가 쉽게 모인다”며 “조합원들이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폭넓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2012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트위터는 조합원들이 즐기면서도 연대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계가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소통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무엇을 담는지가 더 중요하다. 투쟁 이전에 일상에서 국민의 호응을 얻는 사업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한 노조 관계자는 “예를 들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명절을 앞두고 시민에게 무상으로 자동차를 정비해 주면 호응이 뜨거울 것”이라며 “노조들이 적립해 놓은 돈을 모아 사회적 기금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노동계가 임금인상과 고용을 위해 투쟁하기에 앞서 노동자와 국민의 이익이 맞물린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적어도 ‘투쟁만 하는 조직’으로는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법파업이라고 매도하는 보수언론에 맞서 ‘그들의 파업은 정당하다’는 글을 트위터에 페이스북에 올리는 시민들도 늘어날 것이다. 국민의 공감과 호응은 소통하는 과정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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