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독자 가운데 무슨 일이 있어도 ‘이러쿵저러쿵’은 꼭 챙겨 본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고의 열독률을 자랑하는 만큼 때로는 취재원이 "이러쿵저러쿵에 실릴 만한 뉴스가 있다"며 첩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도 최근 “혹시 이러다 <매일노동뉴스> 이러쿵저러쿵에 나오는 것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쿵저러쿵에 비친 올해 노동계 풍경은 어땠을까요.

◇근면위냐, 근심위냐=2010년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으로 시작한 노동계에서 최대 화제는 역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였습니다. 처음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용어 선택에서도 노사정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대표적인 게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의 줄임말입니다. 애초에는 ‘근심위’라는 약칭이 널리 쓰였는데요. '근심'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아 노동부와 한국노총에서 ‘근면위’로 줄여 부르기로 했다는 소식이 눈에 띕니다. 반면 민주노총은 끝까지 근심위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노동계도 스마트폰·SNS 열풍=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최대의 히트상품으로 스마트폰을 꼽았는데요. 노동계에서도 스마트폰 열풍이 대단했습니다. 금속노조가 스마트폰으로도 노보를 볼 수 있도록 모바일 웹사이트(m.ilabor.org)를 개설했네요. 한국노총은 10월 ‘복수노조 대비 단위노조 대표자 워크숍’을 알리는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QR코드를 삽입하기도 했죠.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한국노총 사이트에 올라온 각종 복수노조 관련 자료를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했다는군요.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기존 노조활동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는데요. 공공노조는 올해 초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가스·의료·연금 민영화법안 반대 서명운동’을 트위터로 받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노동자풍’ 범죄자와 재벌 2세의 ‘맷값 폭행’=올해는 유난히 노동에 대한 천박한 인식으로 빚어진 사건·사고가 많았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물류업체 M&M의 전 대표인 최철원씨가 화물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구타하고 ‘맷값’이라며 7천만원을 건넨 사건이 온 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한편에서는 경찰이 수배전단을 만들면서 범죄용의자의 용모설명에 ‘노동자풍’이라는 단어를 써서 노동계가 발끈했는데요. 민주노총은 “노동자풍이라는 표현은 노동자를 하찮은 존재·남루한 이미지·사회적 낙오자·잠재적 범죄자 등 매우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경찰청에 시정조치를 요구했죠. 경찰이 뒤늦게 사과하고 시정했지만, 정부기관마저 노동자를 폄하하고 있는 현실이 그저 답답할 따름입니다.
참, 올해 2월 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모범사업장 시상식이 열렸는데요. 대구지부 성산MB지회가 수상을 거부했다는 소식도 보이네요. 이유는 상패 제작을 담당했던 실무자의 착오로 그만 수상자 이름이 ‘MB지회’로 표기됐기 때문인데요. 성산MB지회는 “웬만하면 그냥 받았을텐데, 노동자 탄압하는 대통령 이름의 영문 약자가 새겨진 상패는 받고 싶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삼태기통신 vs 팔로어 1만명=양대 노총 대변인들은 이러쿵저러쿵의 단골손님인데요.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이 트위터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인 올해 9월 트위터 팔로어(follower) 1만명을 넘겨 파워트위터리안으로 등극한 소식이 전해졌지요. 이와 함께 최삼태 한국노총 대변인은 자신의 이름을 붙인 일명 ‘삼태기 통신’을 발행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국노총 인트라망에 선보인 삼태기 통신은 한국노총의 상집회의 소식부터 상근자의 병문안 후기까지 두루두루 담아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최 대변인이 95년 홍경민씨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 ‘근로감독관 2’로 출연했던 사연도 이러쿵저러쿵을 통해 깜짝 공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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