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심각했다. 아파트 경비와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감시·단속직 노동자들은 24시간 맞교대를 하면서도 100만원 남짓의 월급을 받았다. 용역업체 수수료를 제외한 액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도 저임금에 시달렸다. 여성이 많았다. 기업복지는커녕 법으로 보장된 복지혜택도 받지 못했다. 청년층 여성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야 했고, 등록금 때문에 4명 중 1명은 빚을 지고 있었다. 60% 이상은 빚이 500만원을 넘었다. 딸은 빚지며 일하고, 엄마와 할아버지는 고용불안과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꼴이다.

23일 부천시노사민정협의회의 고용차별개선네트워크가 이와 관련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시·단속직 노동자들의 실태는 부천지역 일반노조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실태는 부천비정규노동센터가, 청년층 여성들의 실태는 부천여성노동자회가 조사했다.

◇용역업체에 월급 떼이는 아파트 경비=감시·단속 노동자들의 97%는 비정규직이었다. 입주자대표회의에 기간제로 채용된 경우 그나마 처지가 나았는데, 비중이 7%로 낮았다. 나머지는 용역회사에 소속된 ‘용역 비정규직’이었다. 고용은 매우 불안했다. 평균 계약기간이 1년으로 88%가 1년 미만 계약을 맺었다. 용역업체가 변경되면 20%만 그대로 고용되고, 나머지는 선별적으로 고용승계가 이뤄졌다. 임금은 평균 110만원에 불과했다. 세금이나 4대 보험료를 공제한 뒤 실제 받는 임금은 63%가 110만원 미만이었는데, 100만원 미만도 24%에 달했다.

저임금은 용역업체의 이윤추구에서 비롯됐다. 용역업체는 위수탁계약을 하면서 임금으로 지급되는 직접노무비와 4대 보험이나 퇴직금 같은 간접노무비를 원가로 책정했다. 용역계약을 1인당 219만원으로 맺으면 185만원 남짓하는 돈이 인건비였다. 그런데 용역회사는 이윤에다 간접노무비까지 챙겼다.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노동자가 대부분이어서 퇴직금이 나가지 않은 데다, 60대 이상의 고령자가 대다수이다 보니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 공제금도 용역회사 이익으로 돌아갔다.

저임금을 받는 노령자라고 소일거리로 경비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감시·단속 노동자의 84%가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라고 답했고, 평균 동거가족은 3.2명이라고 응답했다. 3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2011년 기준으로 117만3천원이다. 실태조사는 10월20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노동자 179명을 상대로 실시됐다.

◇저임금 공공부문 비정규직=부천지역 공공부문 비정규직도 처지가 비슷했다. 비정규노동센터가 13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기간제가 65.4%였고 일용직이나 단기 임시직이 24.8%였다. 조사대상자 열에 여덟은 여성이었다. 임금은 34.3%가 ‘80만원 이상 90만원 미만’을 받는다고 답했고, 20.1%는 70만~8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임금총액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64.8%에 달했다. 응답자의 78.4%는 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임금만 낮은 것이 아니라 복지혜택에서도 소외됐다. 기업복지 제도는 물론 법정복지 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업복지의 경우 정기건강검진을 받는다는 응답자만 68.8%로 높았고, 나머지는 30%안팎만 혜택을 본다고 답했다. 병가가 33.8%, 국가기념일 유급휴가가 36.4%, 명절유급휴가가 35.1%, 이런 식이다. 사내복지기금은 6.5%만 혜택을 본다고 응답했고, 정기승급이나 주택자금지원·탁아비를 지원받았다는 사람은 5%에 못 미쳤다.

연장근로수당처럼 반드시 받아야 할 돈도 못 받았다. 연차수당의 경우만 75%가 적용을 받는다고 답했을 뿐 연장근로수당은 32.7%, 퇴직금이 41.3%, 휴일근로수당이 35.6%에 그쳤다. 육아휴직은 5.8%, 출산휴가는 11.5%만 활용했다고 답했다. 생리휴가도 12.5%로 너무 낮았다.

◇아르바이트해도 빚지는 여대생들=청년들의 생활은 저임금 아르바이트와 빚에 찌들었다. 청년층 여성 중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과 대학원생 200명, 취업준비자 16명, 취업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구직자의 시급을 살펴보면 23%가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편의점이나 주유소·노래방·PC방·당구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학생들의 32.9%가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았다. 특히 4명 중 1명은 빚을 지고 있었다. 현재 빚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25.6%가 그렇다고 답했다. '500만원 이상 빚지고 있다'고 응답한 수가 59.2%에 달했다. 빚을 진 원인으로는 54.5%가 등록금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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