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단결할 권리는 노동자로 하여금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에서 근로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초가 되는 권리로서 헌법에 의해 강력한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고 함) 제3조 단서 제5호는 노동조합 설립의 소극적 요건으로서 “조직이 기존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 조항이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에 현행 노조법에는 위 조항을 폐지하고 제5조가 신설됐다. 이 조항은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복수노조의 설립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복수노조의 설립을 즉시 허용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단체교섭상의 혼란, 노노 간의 갈등을 대비하고, 교섭창구의 단일화를 위한 방법과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을 강구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둘 필요가 있었다. 이에 노조법 부칙 제7조(‘부칙 제7조’)를 두어 2011년 6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을 금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 취지와 달리 부칙 제7조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설립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에서 형식적으로 노조를 조직해 신고하는 방법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국내 노동자들 사이에서 산업별 노조설립 및 가입이 확산됐다. 이에 부칙 제7조의 적용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부칙 제7조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에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의 설립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므로, 이 문구의 해석을 둘러싸고 많은 갈등이 야기됐다.

본 판례는 산업별 노동조합 소속 분회의 설립신고 이후, 그 분회와 조직대상이 같은 사업장에서 새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행정관청에 설립신고를 했는데, 행정관청이 부칙 제7조를 이유로 설립신고를 반려한 사안에서 행정관청의 반려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한 것이다. 이 판례를 통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된 경우”에 대해 판례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1. 사건 경위

2010년 7월5일 13시12분께 A회사 소속 갑 등 근로자 5명은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분회(△△분회)”라는 명칭으로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2010년 7월14일 행정관청은 △△분회에게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
A회사 소속 근로자인 을 등 6명은 A회사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조합(□□노조)으로서 2010년 7월5일 13시25분 행정관청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행정관청은 △△분회 설립신고서가 먼저 접수됐음을 이유로 부칙 제7조에 근거해 □□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2. 사건 쟁점

이 사건에서는 □□노조가 △△분회와의 관계에서 노조법 제7조가 금지하는 복수노조에 해당하는 지, 즉 △△분회의 설립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된 경우”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3. 판례의 복수노조 판단기준

부칙 제7조의 해석과 관련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된 경우”란 기존의 노동조합이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의 형태로 설립돼 있는 때만으로 한정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판례의 입장이다.
과거 노동부에서는 특정 기업의 근로자 일부가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단위노동조합에 실제 가입하고 있는 경우 당해 기업의 다른 근로자들이 새로운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다른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단위노동조합에 가입해 산하 조직을 설립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적이 있으나, 이는 판례의 입장과 차이가 있고, 명문의 규정과도 일치하지 않는 해석이다(노동부, 1997, 새노동법해설-신노사문화를 열어가는길).
따라서 기존노조가 기업 단위를 벗어나서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단위노동조합이거나, 산업별 연합단체이거나, 총연합단체인 경우에는 부칙 제7조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노동자들은 자유로이 제2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법리는 아래 판례로 인해 부칙 제7조의 문구와 상당히 다르게 적용된다.
판례는 부칙 제7조의 입법취지를 고려해 기존에 조직돼 있던 노동조합이 독립한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한 초기업적인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단위노동조합의 지부 또는 분회라고 하더라도,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을 하면서, 소속 단위노동조합의 위임에 의하지 아니한 독립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이 역시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설립돼 있는 경우에 준해 부칙 제7조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2.7.26 선고 2001두5361 판결)
이러한 판례 판단기준에 따를 때 동일 사업장 내의 산별·직종별·지역별 노조의 지부·분회와 신규 단위노조가 부칙 제7조에 의해 금지되는 복수노조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는 대부분의 사안에서는 사실상 산별·직종별·지역별 노조의 지부·분회가 기업별노조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4. 법원의 판단

당해 판례는 상기 판단기준에 의거해 △△분회 규약상 조합의 모든 단체교섭 권한 및 단체협약 체결권이 위원장에게 있다는 점, △△분회가 조정신청·쟁의행위 등을 하고자 할 때에도 위원장이 이를 하도록 돼 있는 점, A회사와 2010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요청서에 근로자측의 협약 당사자로서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으로 기재돼 있는 반면, △△분회의 분회장은 교섭위원으로 기재돼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분회는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의 위임이나 승인 없이 독립해 단체교섭을 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이 없으므로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에 준하는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5. 시사점

부칙 제7조 및 상기 판례의 법리는 노동운동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 중에 하나이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보장된다. 그러나 사업주를 실질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대부분의 쟁의수단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근로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는 보장된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인 고용보장을 위한 정리해고 반대 목적 쟁의행위는 목적 자체 때문에 불법 쟁의행위이다. 근로자의 단결할 권리는 보장된다. 다만, 같은 회사에 노동조합 설립신고가 돼 있는 경우에는 설립할 수 없다.
상기 판례 법리는 그 이론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실질적으로 산별노조의 지부·분회가 설립돼 있는 경우 단위노조 설립이 제한되는 결과를 낳는다. 현실적으로 제2 노동조합이 설립신고를 했을 때, 행정관청은 시간과 역량면에서 기존노조인 산별노조의 지부·분회가 실질적으로 기업별 노조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이 경우 대부분 반려처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제2 노조가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소송을 제기해 구제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신설노조가 감당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을 설립한 권리는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권리이다. 취업한 회사에 기존 노동조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노동조합이 어용인지, 회사가 노조 조직을 방해하기 위해 만든 형식상 노동조합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신규 노동조합의 설립을 금지하는 것은 노동단결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부칙 제7조 또한 기업별 단위노동조합 간 복수노조 설립만 금지되는 것 같은 외관을 가지고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노동조합의 조직형태와 관계없이 복수노조가 금지되는 효과를 낳았다.
복수노조 허용은 그 이론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전임자급여 지원 금지와 맞물려 수차례 시행이 연기돼왔다. 그러나 전임자급여 지원이 2010년 7월1일 이후 금지됐으므로,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 허용은 더 이상 유예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단결권을 제한하고 있던 또 하나의 규제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노동자의 노동운동이 헌법이나 법률상의 규정에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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