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연기는 바람 따라 누웠다. 노조 깃발이 파르르 그 바람에 떨었다. 둥지 삼아 날아든 철새마냥 정문 위 철골조에 사람 둘이 삐죽, 칼바람에 떨었다. 2년 주기 철새 신세, 해고자 복직이며 정규직화 바람 깊어 보름 넘게 버텼다. 별일 없어 공장은 분주히 돌았다. '월드클래스 럭셔리'를 내세운 신차 광고가 곳곳에 많았다. 물류 차량이 정문을 바삐 오갔다. 생산라인을 세울 힘이 이들에겐 없었다. 그저 오르고 버텨서야 신문에 두어 줄 사연이 남았다. 모질게 제 몸을 축내고서야 사람들이 모였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만, 그 공장 문은 태산보다 높고 아득한 이역만리의 것. 메아리도 기약 없다. 회사는 묵묵부답, 대화상대가 아니라고 했다. 별일 없어 농성은 계속된다. 굴뚝 연기가 내내 바람에 누웠다. 탈바가지 달그락 그 바람에 떨었다. 칼바람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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