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근로사업이 치밀한 계획 아래 추진되지 않아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큰 혼란을 겪는가 하면 저소득층 주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반기 사업비가 확보되지 않아 지자체들이 사업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기때문이다.

전국의 각 지자체들은 행정자치부의 지침에 따라 이미 상반기 중 올해전체 예산 7천2백여억원의 96%(6천9백여억원)를 집행했으나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늦어지면서 추가지원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들은 정부 지시로 지난 19일부터 28일까지 3·4분기 공공근로사업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예산확보가 되지 않았다며 신청자들을 되돌려 보내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지자체 사정=서울시는 올해 공공근로사업 예산 1,608억원의 96%(1,543억원)을 상반기에 쓰고 현재 65억원이 남아 있다. 하반기 사업는 여기에 2·4분기 사업 이월금을 합친 2백억원이나 이 돈으론 계획 수립이 불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3·4분기 참가자 모집 공고를 내놓고도 사업 규모를 확정하지 못해 답답하기 짝이 없다”면서 “행자부에 예산지원이 언제쯤 가능한지를 수시로 묻고 있으나 딱 부러진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6월 말까지 올해 공공근로사업비의 70%(208억원)가 집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남아 있는 하반기 예산은 지난해의 30%(85억원)에 불과하다. 부평구 관계자는 “3단계 공공근로사업 신청 문의는 줄을 잇지만 예산이 적어 사업참여가 곤란하다고 일일이 설명한 뒤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시·도 중 실업률이 가장 높은 부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산시는 행자부에 요청한 3차 사업비 2백50억원을 지원받지 못해 사업 규모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공공근로사업이 실업률을 낮추는 데 한몫을 했으나 하반기 예산이 크게 줄면 노숙자 문제 등이 다시 재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도 올해 전체 공공근로사업비 507억원의 96%를 상반기에 집행, 남아있는 하반기 예산은 33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3단계 사업 경쟁률은 2단계 사업 때(신청자 2만5천여명의 절반 가량만 현장에 투입)보다 더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직자 김모씨(43·서울)는 “공공근로에 참여하지 못하면 생계가 곤란하게 된다”면서 “선거 전에는 온갖 선심성 행정을 베풀다가 선거가 끝났다고 실업자들을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공공근로사업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집행토록 한 것은 지난해처럼 동절기 실업률이 높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처럼 올해도 추경예산이 4월 중에 편성, 늦어도 5월엔 공공근로사업비가 지자체에 지급될 수 있을 것으로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획예산처는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추경예산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나 공공근로사업 부문 예산은 지난해와 비교도 못할 정도로 대폭 축소될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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