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격의료를 제도화하기 전에 충분한 검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원격의료를 반대하고 있는 반면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16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의사-환자 원격의료 허용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정부는 원격의료에 대한 기술과 법만 얘기할 뿐 그것이 국민들에게 무슨 혜택을 준다는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며 “체계적인 시범사업과 다각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와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원격의료는 의료인이 자신이 근무하는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컴퓨터·영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진찰·처방과 같은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구상하는 원격의료 대상자는 의료취약지역 거주자와 교도소 수용자·현역병·전투경찰, 거동이 불편한 자 등 총 446만명이다. 전체 국민의 약 9.3%를 차지한다.

김윤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원격의료를 할 경우 기존에 급여로 제공하던 서비스에서 비용을 가져와야 한다”며 “따라서 원격의료의 안전·효과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원격의료 도입의 첫 번째 이유로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원격의료를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같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야 하는데, 정보기술에 익숙지 않은 노인이 과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취약계층이 원격의료 장비를 구입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현장에 이미 다양한 형태의 원격의료 서비스가 시도되고 있어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며 “취약계층이 정말 원하고 있는 만큼 원격진료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유진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지금 서둘러야 할 것은 의료의 지역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원격의료라는 신기술 도입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환자 안전과 부족한 의료인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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