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모 벗어 두고 잠시 졸았다. 한파 속 집 짓느라 얼었던 몸이 '함바집' 밥 짓는 열기에 녹아 노곤했다. 주름져 늙었어도 품팔이 나설 데가 아직 있어 새벽같이 나선 길. 구름 짙어 해는 숨었고, 바람 드세 눈발이 휘날렸다. 겨울, 일감이 줄었고, 일당도 줄었다. 공기가 줄어 쉴 틈이 따라 줄었다. 다만, 사고가 늘었다. 떨어지고 끼이고 넘어져 다치고 죽는 이가 건설현장에 많았다. 일생을 부려 밥 벌어먹던 고마운 몸뚱이는 자주 위태로웠다. 그건 오로지 제 손해였다. 주름져 지친 이마 잠시 받친 건 제 손이었다. 안전모 벗어 두고 늙은 건설노동자가 눈을 감았다. 겨울, 일감은 줄었고 주름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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