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취업박람회에 몰린 구직자들의 사연은 우리가 겪고 있는경제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경제관련 각 연구소와 경제부처에서 쏟아내는 애매한 경제전망과는 아주 동떨어져 보이는, 절박한 현장의 목소리들이다.

호황이라는 통신업종에서도 몇 달째 자리를 못찾겠더라는 대학의 전기전자공학과 졸업생, 인턴사원직에 매달리는 대부분의 구직자들, 올해 대졸자 취업률이 실제로는 30%를밑도는 것 같다는 정부 관계자 말 등이 취업난의 심각함을 웅변해주고 있다. 기업들의 자세도 아직은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있는 식구(종업원) 매달 먹여살리기도힘든데 어떻게 신규채용을 하겠느냐"는 한 중소기업인의 하소연이 중소기업계의 현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정부의 정보통신 업종을 중심으로한 실업대책은 이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턱없이 부족한 대책일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에게 `눈 높이를 낮춰달라'는 정부의 주문 역시 인턴사원 지망 열기가 이미 그 해답을 준 것으로 봐야한다. 결국 실업대책은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대량 실업에 따른 후속 대책, 기업의 창의적인 인력활용 대책 쪽으로 모아져야 할 것같다. 100만명 실업시대에서 우리가 당장 수행해야할 필수적인 과제로 받아들여야 할 것들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나 재계는 반드시 구조조정을 해내야 한다는 강박감에 눌리며 구조조정을 추진하느라 후속. 보완대책 마련에는눈을 돌릴 겨를조차 없었다.

구조조정과 함께 실업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만큼이제는 동업계 및 관련업계와의 연계체제 구축, 해외 건설시장 등의 적극적인 공략을 통해 대량 실업 해소대책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 기업의 경우도 무조건 인원 감축만을 능사로 여길 것이 아니라 노조와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안정고용 쪽에 중점을 두는 노사대책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인력감축이 비용절감을 위한가장 빠른 방법이기는 하지만 투명한 경영과 기업주의 솔직하고 적극적인 설득이 전제된다면 임금협상 과정 등에서 안정고용이 상당부분 이뤄질 수 있는 회사가 적지않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일 못하는 고통은 특히 우리 국민들에겐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삶의 질은 뒤로 하고 일을 통해 행복을 추구해온 사회적 분위기때문이다. 직장이라는 것이 생계 문제를 넘어 생존 그 자체의 문제가 되다시피 한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00만명 실업자들의 실망, 무기력, 불만이 빚어낼 사회적 불안은 다른 나라의 경우와는 그 정도에서 판이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실업문제에 최우선으로 매달려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경제부처 관리들이 모호한 장밋빛 전망으로 실업자들을 더욱 자극만 할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작은 대책 하나씩이라도 확실하게 실행해나가는 방법을 통해 실업자와 구직자들에게 희망을 줘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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