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총파업 계획을 수정했다. 당초 예정된 12월 초 총파업 계획을 접고, 잔업거부와 간부파업으로 수위를 낮췄다. 8일까지 교섭에 성과가 없으면 총파업 일정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금속노조의 총파업 계획 수정은 ‘현실론’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준비되지 않은 총파업’이라는 현대차지부(정규직노조)의 문제제기를 수용한 것이다. 또 금속노조·현대차지부·비정규직지회 3주체가 교섭팀을 구성해 특별교섭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현대차측이 농성 해제를 요구하며 ‘버티기’하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개 과정은 2005년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그해 1월18일 5공장 탈의실을 점거해 농성에 들어갔다. 이는 2004년 9월과 12월에 있었던 노동부의 현대차 불법파견 판정에서 촉발됐다. 같은해 9월 공개된 노동부의 비정규직 입법예고안은 노동계 투쟁의 도화선이 됐고,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했고, 이것이 5공장에서의 대치로 이어진 것이다. 정규직노조인 현대차노조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원-하청노조 연대회의’를 구성했으며, 공동결정·공동투쟁·공동책임을 결의했다.

이런 여파로 5공장은 잠시 멈춰지기도 했지만 현대차·하청업체의 대체인력 투입으로 공장가동은 곧바로 정상화됐다. 정부와 국회는 비정규직법 처리를 지연하면서 노동계 반발을 잠재웠고, 현대차는 완전 도급화와 정규직-비정규직 분리대응을 추진했다. 5공장 탈의실에서 농성을 벌이던 비정규직들은 점점 고립되는 양상이었다.

2005년 겨울에서 봄으로, 비정규직노조의 5공장 농성이 장기화되자 현대차노조는 "임·단협과 연계하되 지속적으로 불법파견 철폐투쟁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원·하청노조 연대투쟁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결국 현대차측이 대화의 전제로 삼은 ‘농성 해제’를 비정규직노조가 받아들였다. 이후 현대차노조는 임·단협 협상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교섭의제로 제기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노동부의 불법파견 고소에 대해 시간을 끌던 검찰은 2006년 ‘혐의 없음’이라며 현대차에 면죄부를 줬다. 때문에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은 흐지부지돼 버렸다.

이렇듯 2005년 사태 전개과정은 2010년과 유사하다. 적어도 두 가지는 달라진 듯하다. 첫째, 2010년에는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정이라는 ‘법적 정당성’이 뒷받침되고 있다. 검찰이 혐의가 없다며 기소조차 하지 않은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해 법원이 철퇴를 내린 것이다.

둘째, 정규직-비정규직 노조의 연대수위가 예전보다 높아졌다. 과거에는 원-하청노조 연대회의를 구성했지만 교섭의제를 둘러싼 이견이 커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정규직노조의 지원은 시들해졌다. 반면 현재는 금속노조·정규직지부·비정규직지회 3주체가 교섭단을 구성해 특별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지부·대의원·현장조직이 경찰력 또는 경비용역의 투입을 막고, 농성장을 지원하는 ‘아름다운 연대’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회사측이 하청업체까지 포함한 ‘4자 협의’를 주장하고 있는 데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요구수위가 달라 이견도 존재한다. 현대차측이 1공장의 일부라인을 가동하거나 휴업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내릴 경우 정규직 조합원들이 동요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현재까지는 정규직노조·대의원·현장조직이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점거농성을 지원했지만 정작 정규직 조합원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 나아졌나 하는 점이다. 2005년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해외공장 확대와 공장별 물량 불균형이라는 현안이 존재하는 조건 속에서 정규직의 고용도 불안했다. 신차가 투입되는 공장과 그렇지 않은 공장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차가 잘나가고 있는 지금도 이런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는 무엇보다 이런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금속노조·현대차지부·비정규직지회는 정규직 조합원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금속노조·현대차지부·비정규직지회는 장·단기 교섭과제를 분명히 구분하되 이를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로선 비정규직지회가 포함된 특별교섭을 성사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를 통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신변을 보장하고, 고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장기과제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사내하청을 활용해 온 현대차의 고용관행을 바꿔 내는 일이다. 여기에는 현대차의 원·하청, 2·3차 재하청업체까지 포함한 총고용 유지가 전제돼야 한다.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거울 삼아 불법파견자의 정규직 전환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를 두고 노사정 협의방식이든 새로운 논의테이블이든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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