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장


그날 섬은 몹시도 울었다
화약연기는 황사 반대편으로 오르고
미친바람이 서해를 관통했다

폭음이 증오를 투하하고 도주한 자리에
육십년 생채기속 움트던 여린 싹이
붉은 선지를 토하고 살해되었다

멀고 먼 세월을 돌아 겨우 잡은
무참하게 잘리운 형제의 손목과
연평 해에 수장한 내 가엾은 어머니

입동 서설에 그물 만지던 곱은 손
펴지도 못하고 '마호병'에 맞아 죽은 아비
그 영전에 조지가 들고 온 딜라일라 딜라일라

조기도 꽃게도 피난한 바다 저 너머로
호적소리 높아라 홍기는 속국에서 펄럭이고
천황의 은총인가 아리가또 춤추는 딸깍발이

그날 섬은 몹시도 울었다
살찐 돼지머리가 젯상 위에서 웃고
어머니는 두 자식을 보듬고 수장되었다


2010년 겨울초입
역사의 뒷걸음질에 분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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