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규(47·사진) 민주노총 조직국장은 스스로를 '노동계의 소크라테스'라고 말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열정의 표현이다. 노동계가 앞으로 만들 대안사회를 주도할 철학·이론을 정립하고 싶은 게 그의 꿈이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2008년 9월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 연구자로 들어와 2년간 일했다. 지난 6월 조직실로 발령받아 조직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정책연구원을 한시적으로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는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면 지금은 집행하고 실천하는 일이 많다"며 "조직실 업무는 그런 면에서 내게 생각과 실천을 접목시킬 기회"라고 말했다.
이 국장의 삶과 철학은 늘 '함께' 였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여느 학생들과는 다르게 '나는 왜 살까. 왜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살았다고 한다. 부모님은 그에게 "공부 열심히 해 의사되고 검사되라"는 말을 했지만 그의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왜'라는 질문은 항상 그를 따라다녔다.

대학교에 입학에 학생운동을 접하면서 그는 철학에 심취했다.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누군가의 지배를 받던가, 누군가를 지배해야 하는 현실. 그는 그런 사회가 늘 못마땅했다. 이 국장은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또다시 따라다니기 시작했다”며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지도 지배받지도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 됐다”고 말했다. 그것을 이루려면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마치고 노동운동을 하려 했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학원강사 등을 하면서 오랜 시간을 떠돌다 2001년 울산으로 갔다. 한국 노동운동의 메카라는 울산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 보고 싶었다.

이 국장이 2000년대 초 울산에서 본 것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확산'이었다. 그것은 반노동을 동반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는 속칭 잘나가는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회발전을 도모하면서 협력업체나 하도급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는 구조였다"며 "정규직 노동자는 장시간노동을 하면서도 고임금이라는 틀에 갇혀 있었고, 비정규 노동자는 반항할 힘조차 없는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흐름을 산업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을 극복할 대안을 찾고 싶었다. 노동운동의 혁신도 필요했다. 결론은 '신자유주의 반노동체제 혁파'라는 구호에 다다랐다. 7년 후인 2008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을 택한 것은 그것을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신자유주의가 자동차·조선·전자 등 산업흐름을 어떻게 바꿨고 그에 따라 노동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주로 연구했다"며 "그동안 연구했던 결과물들이 조만간 책으로 발간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조직으로 임무를 바꾼 지 5개월. 아직 새 업무가 완벽히 몸에 익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를 다양한 대중과 만나는 계기로 삼을 요량이다. 이 국장은 "몸과 마음(실천과 생각)이 균형 잡혀야 건강한 사람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사람이 노동자로 일하는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당연히 좋은 사회 아니겠냐"며 "그것을 이루는 데 민주노총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나 역시 그 길에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자신을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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