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사내하도급 실태점검이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부터 자동차·전자·조선·철강·IT 등 5개 업종 29개 공장을 선정해 점검했다. 지난 24일 발표된 조사 결과를 보니 우려했던 대로다. 자동차·조선 업종에서는 불법파견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니 부실한 조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 아닌가. 노동계는 지난 9월 고용노동부의 실태점검에 앞서 조사 참여를 요구했다. 이해 당사자인 노조가 참여해야만 부실한 조사를 막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거절했다. 예상대로 실태점검은 파행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울산·아산·전주공장, 타타대우상용차는 이번 실태점검에서 빠졌다. 금속노조가 부실조사를 우려해 거부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사내하도급 점검에 나선 것인데 정작 불법파견 혐의가 인정된 현대차 공장은 제외되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태점검 대상도 문제다. 애초 노동계는 불법파견 혐의가 짙은 대기업의 주요공장이 점검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기아차 소하리공장·르노삼성차·GM대우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기아차의 경우 소하리공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내하청이 많은 화성공장이 이번 점검에서 빠졌다. GM대우도 부평공장만 점검받았을 뿐 사내하청이 많은 군산과 창원공장은 제외됐다. 때문에 현대차에서 확인된 불법파견이 기아차와 GM대우차에서 발견되지 못했다는 조사결과가 석연치 않은 것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117.6%)·삼성중공업(134.2)·STX조선(141.1%) 등은 정규직보다 사내하도급 노동자가 더 많다. 또 한진중공업(63.7%)·현대중공업(64%) 등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34%)에 비해 두 배나 사내하도급 노동자가 많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조선업종에서 불법파견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만 사내하도급업체 간 경미한 불법파견 혐의를 찾았다. 사내하도급이 정규직보다 많은 조선업종에서 불법파견 혐의가 없다는 것을 도대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조사방식이 부실하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애초 고용노동부는 해당업체로부터 기초자료를 받은 뒤 이를 토대로 조사내용을 정한 다음 현장조사를 하는 수순을 밟기로 했다. 문제는 현장조사였다. 고용노동부는 사내하도급 노동자에 대해 설문조사·인터뷰를 병행했다고 한다. 노동조합 또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면담해 의견을 듣고, 필요한 자료를 받도록 했다. 그런데 금속노조 기아차지부·한진중공업지회는 “조사에 협조한 적 없다”고 잘라 말한다. 대부분의 노조들은 “노동부와 회사측의 일방적 조사였다”고 증언한다. 설문조사도 기업들이 입을 미리 맞추거나 불이익을 우려한 하청 노동자가 형식적인 답변을 했을 개연성이 높다. 대법 판결이 나온 후 두 달이나 지난 후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시작됐으니 이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이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조사자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하지 않았나.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판단지침도 구태의연했다. 대법에 이어 고법까지도 자동차 조립생산 작업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흐름생산 공정으로, 독립된 업무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과 거리가 멀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이번 조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혼재여부, 사내하청업체의 실질적 지휘·감독권 소유여부 등을 중심으로 불법파견과 합법도급 여부를 판정했다. 대법과 고법의 판결이 단순하고 명확한 데 반해 고용노동부의 지침은 기업들이 불법파견 혐의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29일부터 주요 산업단지 600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종전과 같은 대상 선정·조사방식·판단지침으로는 또다시 부실한 조사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가 추상적·자의적 판단으로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노동계의 비판이 틀리지만은 않은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쟁의에 기름을 끼얹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사내하도급 실태점검의 부실을 인정해야 한다. 노조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실태점검을 할 수 있다. 정확한 조사결과만이 불법파견 남용을 근절할 수 있는 첫걸음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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