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에 또다시 투기자본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칼라일과 KKR 등 외국계 사모펀드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론스타라는 투기자본을 내보내고 이름만 다른 투기자본이 외환은행에 들어오는 셈이다.

사모펀드 칼라일은 지난 2004년 옛 한미은행을 매각하고 6천645억원의 차액을 거두는 과정에서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아 먹튀 논란이 제기된 곳이다. KKR도 지난해 5월 오비맥주를 인수하면서 전략적 투자자가 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전체 지분의 22%를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만약 하나금융이 부족한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기자본과 손을 잡는다면 엄청난 비난여론에 휩싸일 것이다.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도 25일 금융위원장에 보낸 서한에서 “제발 다시는 한국 금융산업이 투기자본의 투전판이 되지 않도록 소신과 양심에 따라 정당하게 결정하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종열 하나금융그룹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극히 일부면 모를까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인수합병이 노동자의 해고를 초래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하나은행 직원의 3분의 1, 외환은행 직원의 3분의 2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종열 사장은 “외국환 부분 등 독보적인 성과를 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며 “일반직원 급여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너무 높은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노사는 지금도 차별적인 임금체계와 비슷한 규모의 시중은행 중 최저 수준의 임금 때문에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곳이다. 김 사장의 발언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에도 이런 차별적 경영방식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막대한 차입금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를 위한 금액의 절반 이상이 차입금이다. 빚으로 은행을 사들인 은행의 앞날은 뻔하다. 벌써부터 무리한 영업확장과 인력 구조조정·노동강도 강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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