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동자들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2003년 이후 7년의 투쟁 과정에서 줄곧 외환은행의 조직·행명·상장 유지를 요구했어요. 그런데 하나금융은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보장할 능력이 안 됩니다. 무엇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경영할 능력이 없습니다.”

김기철(45·사진)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12층 지부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외환은행 전 직원은 금융독재와 투기자본의 마지막 도발을 막아 내고 외환은행과 직원 생존권을 반드시 지켜 낼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이후 7년간 계속됐던 지부의 투쟁은 호주 ANZ은행의 외환은행 실사로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그런 가운데 이달 중순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보도가 터저 나왔고, 지부는 또다시 투쟁의 길로 들어섰다. 지부는 16일 외환은행 본점 14층에 위치한 데이터룸을 점거한 뒤 폐쇄했다. 하나금융의 실사를 막기 위해서였다. 17일에는 서울·경기·인천지역 분회장 결의대회를 열었고, 19일 오후에는 조합원 등 4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하나금융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경영할 능력이 없다. 하나은행의 자산과 인력의 규모는 외환은행보다 크다. 하지만 지난해 순익은 외환은행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기업대출 비중도 외환은행보다 훨씬 낮지만 연체율은 훨씬 높다. 은행 경영능력이 더 못한 은행이 더 나은 은행을 흡수해 경영하겠다는 것이다. 결과는 동반부실이고 공멸의 길이다. 하나금융이 비상식적인 방법을 동원해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한다면 외환 부문과 기업금융 부문의 전문성을 가진 외환은행의 전문성이 사라질 수 있다. 한국 금융산업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 하나금융이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외환은행 인수대금은 약 4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지금 하나금융이 보유한 자금은 2조원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호주 ANZ은행보다 더 높은 인수대금을 제시했을 것이다. 결국 론스타의 배만 불리는 것이다. 그리고 인수대금의 절반 이상을 빚을 내겠다고 하는데, 그 빚을 누가 다 갚겠나. 직원들이 뼈 빠지게 벌어서 갚아야 한다. 외환은행 직원들이 무슨 잘못이 있어서 그런 처참한 노예생활을 해야 하나.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
“하나금융은 현재 외환은행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부는 16일부터 실사를 담당하는 데이터룸을 폐쇄했다. 그런데도 실사를 진행 중이라고 하는 건 불법적인 방법으로 외환은행의 자료를 훔쳐 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호주 ANZ은행은 80여명에 달하는 실사담당 인원이 와서 외환은행 임직원과 토론과 인터뷰를 하며 실사를 진행했다. 지부가 실사를 막고 있는데도, 실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은 결국 하나금융이 거짓말을 하거나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 향후 투쟁계획은.
“하나금융이 4조원 안팎이었던 외환은행 인수대금의 판돈을 키우면서 론스타의 배만 불리는 이면에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개인적인 욕심도 작용했다고 본다. 신한금융 사태에서 보듯 우리나라 금융기업의 1인 독재시대도 끝나 가고 있다. 결국 김승유 회장과 론스타가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외환은행 노동자들은 2006년 국민은행의 인수 시도를 막아 냈다. 론스타와 금융당국도 당시의 처참한 실패를 잊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계속 추진한다면 지부의 투쟁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외환은행 전 직원과의 전쟁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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