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이 여야의 유력 정치인과 국가정보원장 등 광범한 사찰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을 세상에 알렸던 김종익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사찰사실을 청와대 민정수석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현 지식경제부 차관) 밑에서 일했던 이아무개 전 행정관이 김성호 전 국정원장 등을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이아무개 전 행정관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국정원에서 근무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전 행정관은 나아무개 전 행정관 등 4명과 팀을 이뤄 6개에 달하는 사찰을 벌였다. 첫 번째가 김성호 전 국정원장이다. 이 전 행정관은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국정원장이던 김씨가 친노 성향의 PK(부산경남) 출신만 챙긴다며 이종찬 당시 민정수석에게 ‘김성호 원장 체제의 문제점’을 보고했다. 또 2008년 4월 김 전 원장과 이 전 수석이 회동한 서울 압구정동의 한 룸살롱 여주인을 만나 내사를 벌였고, 이를 정동기 전 민정수석에게 보고했다. 김 전 원장이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떡값 검사’ 명단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이 전 수석에게 해명하기 위해 만난 술집이었다.

이 전 행정관은 또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2008년 3월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열자 정 의원의 배우자를 사찰했고, 이재오 의원 계열의 측근인사라는 이유로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의 배우자를 내사해 보고하기도 했다. 이 전 행정관은 정 의원의 항의로 2008년 9월 청와대에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리실로 파견됐는데, 파견 뒤에도 정태근 의원 배우자와 친박계인 이성헌 의원·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사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관실이 8월 서울중앙지검 수사2과에 통보한 13쪽 분량의 분석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분석보고서에는 김종익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사찰보고서가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의원은 “남경필 의원과 배우자를 사찰했던 권아무개 경정의 수첩에 ‘PD수첩 정리, 언론정리, 중간보고 2건’이라는 문구가 있다”며 “언론에 대한 사찰내용을 감추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수첩에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와 트로트가수 이름도 적혀 있었다.

한편 16일 밤 검찰이 강용석 민주당 의원의 회계책임자를 체포하면서, 정국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은 17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예산심사가 예정돼 있던 상임위원회를 전면 보이콧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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