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가 필요했다. 당면한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다섯 번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그런 이유로 서울에서 열렸다. G20노조정상회의와 서울국제민중회의도 마찬가지였다.

필요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12일 폐막할 G20 정상회의는 거듭된 실무협상에서도 환율 문제를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세계 노동계는 더 심각했다. G20노조정상회의와 서울국제민중회의가 서울에서 제각각 열린 것만 봐도 연대가 쉽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G20 국가를 중심으로 2~3개 노총 관계자들이 양쪽 회의에 모두 참가했지만 참가자 전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선진국·신흥개발국(북반구)과 개발도상국·저개발국(남반구)으로 나뉜 각국의 노조 대표와 관계자들은 서울을 방문해 제각각 행사를 치른 셈이다. 각국 정상들과 기업가들은 그래도 한곳에 모여 같은 주제를 두고 논의를 벌였지만, 세계 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동자의 요구는 하나였다.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지 말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노동자·서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사회보장 강화·기후변화 대응·저개발국과의 균형발전 등의 요구도 같았다. 국제연대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서울을 방문한 노동자들은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다.

서울국제민중회의에 참가했던 이들은 “자본이 세계화하고 있는 만큼 노동자·민중의 세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초국적 기업이나 투기자본의 흐름을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국제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연대와 단결은 예로부터 노동자·민중의 힘이었다. 권력도, 돈도 없는 상황에서는 그저 하나 돼 싸우는 것만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국제는커녕 국내 노동자 간 단결도 이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신자유주의 자유무역에 대항해 대안적 지역주의를 실현해야 하지만 국가별 정치·경제·문화적 조건이 판이해 공동가치를 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적극적 국제연대를 회피할 이유가 되지 않고 오히려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와 서울에서 열렸던 각종 노동자·민중 행사는 이번주 안에 모두 막을 내린다.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세계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국제 노동계가 가야 할 길은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또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 것일 뿐인가. 그런 의문을 지울 수 없는 건 왜일까.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