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항공기 종합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내년 6월 기업공개(IPO)와 함께 매각을 앞두고 있다. 지난 9월 노조위원장에 취임한 정상욱(45·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노조 위원장의 당면 과제도 매각문제다.

“그간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제품 수출과 판매가 실패한 이유가 잦은 경영진 교체에 따라 책임지는 주인이 없어 마케팅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경영을 책임지고 현금지배력이 있는 좋은 대기업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정상욱 위원장은 5일 경남 사천 노조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매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 단체협약을 승계해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노조가 매각 과정에 참여해 직접 협상할 수 있도록 투쟁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조합원 통합 이루겠다"

매각과 맞물려 조합원을 통합시키는 것 또한 정 위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99년 삼성테크윈(옛 삼성항공)·현대우주항공·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중공업) 등 3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됐다. 회사 지분구조는 정책금융공사가 최대 주주로 지분 30.1%를 보유하고 있다. 그 외 삼성테크윈·현대자동차·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약 20%씩 나눠 갖고 있다. 삼성·대우·현대가 통합해 출범했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노동자들은 2002년 지금의 사천공장으로 생산라인을 통합하기 전까지 ‘한 지붕 세 가족’이었다.
또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인사와 노무·경영 관련부서를 제외하고는 직급에 상관없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생산직과 사무직이 함께있는 ‘한 지붕 두 가족’인 셈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안에서는 사무직을 ‘공통직’이라고 부른다. 공통직은 설계·생산관리·품질관리 등을 담당한다. 정 위원장은 "한 지붕 세 가족 사이, 생산직과 공통직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노조의 최우선 목표"라며 "이번 임기 동안 조합원 통합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 위원장은 공통직과 생산직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통직 노동자에게는 진급시 자동승격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매각을 앞두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조합원들이 단결하는 것만이 살 길입니다. 그래야 일자리를 지키고 올바른 매각이 진행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무상주 배정해 경영성과 돌려줘야”

정 위원장은 조직력 강화를 위해 선거 과정에서 ‘전 조합원 무상주 배정’을 공약했다.
"매각되는 과정에서 외부세력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도록 우리사주 비율을 높일 생각입니다. 전 직원에게 무상주를 배정해 노동자들의 헌신으로 이룬 경영성과를 노동자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99년 설립 뒤 매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유휴시설과 설비매각·구조조정으로 2006년 이후부터 경영정상화를 이뤘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4차례 임금동결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힘을 보탰다. 정 위원장은 “노동자들은 우리사주를 통해 그간의 희생에 대해 보상받고, 주주로서 책임감을 갖는 등 조직을 강하게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위원장은 90년 부품생산직으로 입사했으며, 2008년 4대 집행부에서 체육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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