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례는 길었다. 전달사항이 유독 많았다. 장학사가 찾는다고 했다. 우린 열외 없이 남았다. 대청소였다. 쓸고 닦는 건 기본, 왁스칠이 더해졌다. 까맣던 걸레에 왁스 듬뿍 발라 나무바닥 복도를 수없이 왕복했다. 엉덩이 치켜들고 저 끝까지 전력질주 두어 번이면 복도는 반짝반짝, 얼굴이 다 비칠 정도였다. 어쩌다 튀어나온 나뭇가시가 손에 콕 박힌 한 친구는 뒹굴며 울었다.

#2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비둘기 날아올라 전 세계 평화를 하늘에 수놓았다. 손에 손 잡고 강강수월래, 살기 좋은 세상을 염원했다. 국력을 만방에 과시했다. 그에 앞서 각하, 부끄러워 감추고 싶던 서울 상계동 일대를 불도저로 밀었다. 철거엔 열외가 없었다. 대청소라고 불렸다. 88 서울올림픽 때였다.

#3 농성이 길었다. 삐죽 솟아 눈엣가시, 허름한 비닐천막이 여기저기서 오래 버텼다.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 깊어 기약 없던 그 싸움이 하나 둘 풀렸다. 4일 오후 현대기아차 본사 앞 인도에서 직원들이 물청소를 하고 있다. 동희오토 해고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던 곳이다. 앞마당 청소엔 열외 없어 양복바지 넥타이 차림도 빗자루 잡고 나섰다. 그 옆으론 꽃밭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꽃단장이 한창이니 귀한 손님 오시려나, 대청소가 종종 눈물겹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