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결국 영구독재의 길로 나아갔다. 그는 정부를 대표하는 국가주석 자리에 세 번 연속 올랐고,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상무위원회까지 장악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중국은 공산당 독재체제이지만, 당 내부에서는 권력 교체가 활발했다. 내부 경쟁을 통해 일당 독재의 부작용을 완화했던 셈인데, 시진핑 이후 이조차 사라졌다. 이제 ‘시 황제’의 시대다.그렇다면 시진핑은 중국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 것일까? 그의 목표는 압축적으로 말해 ‘반(反)세계화’다.세계화는 냉전 이후 국제 질서로, 자본의 이동과 권리를 세계적 규모에서 보장했다. 국제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몸이 끼여 숨졌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 1월27일부터 지난달까지 중대재해 443건이 발생했고 446명의 노동자가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살고자 일하는 일터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다. 우리는 이 참담한 모순을 가만둬선 안 된다.이번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기본적인 안전관리만 했더라면 말이다. 사고 당시 2인1조
오늘날 ‘진보’의 의미는 여러 의미에서 해체됐다. 누군가 내게 대뜸 “당신은 진보입니까, 보수입니까” 하고 물으면, 나는 ‘진보’라고 답하지 않는다. 며칠 전 빈곤철폐의날 퍼레이드에 참가했다가 도심 한복판에서 기괴한 풍경을 맞닥뜨렸다. 빈곤이 단지 무능력한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많은 사람을 주거·임금·교육 빈곤으로 몰아넣는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는 이 행진이 거의 끝날 무렵 세종대로 한복판에서 이른바 ‘보수’와 ‘진보’ 양진영의 ‘호객 전쟁’을 목격한 것이다.서울 세종대로 서측 코리아나호텔 앞에서는 60대 이상의
27억7천만원. 하이트진로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파업을 끝나게 한 무기다.하이트진로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길게는 10년 이상 통상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이트진로 주류 제품만을 공장에서 물류센터로 운송하고, 공병을 물류센터 또는 공병상에서 공장으로 운송하는 업무를 한 노동자들이다. 하이트진로 주류 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일련의 과정에는 물류시스템(생산한 주류 제품의 출고, 공병 회수 등)의 원활한 가동이 필수적이고,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노동이 하이트진로의 이윤 창출에 기여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대부분 화물운송 노동
#1. 노동청 근로감독관과 수차례 내지 수십 차례 전화통화했다.“교육비는 임금이 아니라서 노동청에서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근로감독관의 대답에 “그럼 6개월동 안 사건을 질질 끌지 말고 일찍 해결했으면, 노동자들이 시간낭비, 마음고생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필자는 항변했다.이후 노동자들에게 민사소송절차를 자세하게 이야기했지만, 노동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할 비용도 마련하기 어려웠다. 소송에서 패소하면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이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다.실제로 이 사건은 노동청에서 해결되지 못
1. “원장님, 이제 나오네요.” 오랫동안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에서 법규담당을 해 왔던 아무개의 부재중 전화에 연락했더니 안부 인사도 없이 대뜸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2010년 최병승 사건에서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가 파견근로라고 판결한 뒤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원청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이라 주장하면서 근로자지위 소송을 제기해 왔다. 1차 사건을 기준으로 해서 보면, 10년도 훨씬 넘었다. 그동안 정규직 전환을 위한 수많은 투쟁이 있었고, 비정규직지회까지 참여한 노사합의도 있었고, 그 합의를 수용해서
올해 A기업 노사는 임금 6% 인상을, B기업 노사는 4.7% 인상을 합의했다. 두 기업 모두 지난 10년간 가장 큰 임금인상률이다.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우리나라 물가인상률이 6%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국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직접 나서서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소위 절친인 A기업과 B기업은 경제부총리 말을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또 다른 C기업이 등장한다. 최근 C기업은 임금교섭을 위한 설문조사를 했는
올해는 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2023~2027년)을 수립하는 해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올해 4월15일 착수회의를 개최하고 계획 수립작업을 해 현재는 기본계획안이 마련된 상태다.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신체활동 및 일상생활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장기요양 수요와 그로 인한 지출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장기요양 수요가 증가하면 자연히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장기요양요원의 수도 증가할 것이다
중국 영토인 홍콩이 영국 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기 시작한 때가 1841년이다. 영국이 일으킨 1차 아편전쟁으로 홍콩섬이 영국의 수중에 넘어갔다. 청나라가 마약의 ‘자유’무역을 금지하자 영국이 일으킨 전쟁이었다. 1856~1860년 2차 아편전쟁에서 영불 연합군은 베이징까지 진격해 청나라 황제의 여름 궁전이었던 원명원을 파괴했다. 조선으로 치자면 창덕궁 비원을 박살낸 것이다. 이 패배로 중국은 홍콩섬 북편에 위치한 구룡반도를 영국에 내줘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홍콩섬과 구룡반도 크기의 몇 배가 넘는 신계도 영국의 수중에 넘어갔다.
공룡 플랫폼 카카오는 독과점으로 떼돈을 벌어도 안전엔 소홀했다. 화재 사흘이 지나도 완전복구가 안 되자 거의 모든 언론이 카카오를 맹비난했다.경향신문은 지난 18일자 1면 ‘카카오 독과점, 수면 위로’, 3면 ‘공공재 기능에도 무규제’ 기사에서 정부의 플랫폼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한겨레는 ‘자율 뒤 숨은 플랫폼 사회적 책임 묻는다’는 1면 머리기사에서 자율 규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날 ‘실시간 백업도 안 했다’(3면 머리기사)며 카카오를 비난했다.보수 언론도 카카오 때리기에 동참했다. 조선일보는 카카오가 지난해 4월 골
처음에는 주변 동료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일터를 떠나는 것으로 이해했다. 최근 ‘조용한 사직’이라는 신조어를 언론에서 자주 접한다. 실제로 회사에서 이직한 것은 아니지만 일터에서 마음이 떠나 최소한의 업무만을 처리하고 더 이상의 열정을 발휘하지 않으려는 직장인의 태도를 말한다.최근 자신의 사업장 노동자가 일을 똑바로 하지 않는다는 사업주의 불만과 근로계약상 약정한 업무를 넘어 과도한 열정을 요구한다는 노동자들의 상담을 자주 접한다. 우리 노동법에 따르면 근로계약상 약정한 업무를 약속한 시간만큼 제공한다면 노동의 질을 따지지 않고
지난 10일부터 5일간 열린 국제노동기구(ILO)의 ‘플랫폼 경제에서의 양질의 노동을 위한 전문가 회의(Meeting of Experts on Decent Work in the Platform Economy)’에 노동측 전문가로 참가했다. 2018년 ILO 총회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보장을 위한 논의를 이어 가기로 결의한 바 있다. 그 첫 번째로서 노동자·사용자·정부 그룹이 각각 추천하는 전문가 8명씩으로 구성된 회의가 열린 것이다.이번 전문가회의 논의 안건은 이른바 ‘플랫폼 경제’에서 활동하는 노동자의 노
얼마 전 방송사에서 일하다가 해고된 방송작가 A씨의 부당해고 관련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사건을 담당했다. A는 막내작가였고, 도급계약 체결 후 프리랜서로 근무하다가 계약만료 전 중도에 해고돼 부당해고 여부를 다투고 있었다.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방송사 정규직이 A에게 업무지시나 근태관리를 하지 않았고, A가 근로시간이나 근로장소에 구속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삼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이 부정된다는 판단을 했다. A에게 업무지시한 것은 방송사 정규직이 아니라 프리랜서 메인작가 등일 뿐이니 방송사의 업무지시로 볼 수 없고,
1. “취소해 줄 거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난주 금요일(14일), 금융노조와 상담하면서 이렇게 대답했다.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관한 수정안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심의·의결했다. 기획재정부는 6일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이러한 사실을 알리면서 “수정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이 ’23년 상반기에 ’22년도 실적을 평가하며, 최종 평가결과는 ’23.6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노동조합은 “소송을 통해서 취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내게
종종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 그럼 꼭 물어 본다. “직장에 불만 없는 사람 있어요? 손 한번 들어 주세요.” 당연히 아무도 손들지 않는다. “그럼 직장생활에 만족하시는 분은요?” 역시 마찬가지다. “제가 너무 했죠? 그럼 당장 그만두실 분은요?” 역시나다. 이쯤 되면 질문은 그만할 때가 됐다. “글쵸. 생계 때문에 당장 그만둘 수도 없고, 만족스럽지도 않고, 그러면 하나뿐이죠. 직장을 더 좋게 만들어야죠.” 이어서 노동조합을 하자고 말할 법도 한데, 내가 뭐라고 대뜸 노동조합을 하자고 하겠나. “K-직장인을 보호하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56명은 지난달 14일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가압류신청을 제한하는 법률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소위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노란봉투법은 2009년 정리해고에 반발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2014년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면서 시작된 시민들의 모금운동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고, 21대 국회에는 관련 법안 7건이 계류돼 있다.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 문제를 해
“3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고 말하는 것은 뒤늦은 깨달음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8개월여가 지난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3차 세계대전은 이미 지난 2월에 시작됐다. 물론 이 전쟁은 아직 전면화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냉전은 말할 것도 없고, 열전 또한 이미 점점 확대·격화하고 있다.지난 7일자 한겨레신문에 재일교포 지식인인 도쿄경제대 서경석 명예교수의 ‘나쁜 예감’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70여년의 인생을 통해 보아 온 세계가 이제 확실히 크게 바뀌려 하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더 나쁜 쪽으로. (중략) 러
정치 재난지난달 24일, 기후재난에 대한 공감이 쌓이고 확장돼 대규모 기후정의행진이 펼쳐졌다. 그러나 애틋한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정치 재난이 반도를 휩쓴다. 누군가에게는 찰진 상투어겠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몹시 불쾌한 쌍욕인 배제와 적대의 언어 한마디로 전국이 들썩인다. 그러더니 친일과 반일, 친중과 반중, 친미와 반미, 친북과 반북의 틀을 넘어서지 못한 날 선 언어들로 요란하다.미국이나 영국에서 젊은 층 사이에 사회주의는 새로운 밴드 이름이나 제일 잘나가는 클럽 이름처럼 멋지게 느낀다는 얘기가 몇 년 전부터 들렸다. 그러나 사
큰딸은 음악 재능이 뛰어났다. 대중음악은 물론이고 꽤 복잡한 클래식 곡도 한 번 들으면 바로 피아노로 쳤다. 피아노 건반 서너 개를 동시에 쳐도 음을 정확히 맞췄다. 사람들은 ‘절대 음감’이라고 했다.큰딸이 중학교 다닐 무렵 우리 부부는 고민했다. 짧은 고민 끝에 우리 부부는 예술고 진학을 포기했다.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지만 이 나라에선 문화예술이 유독 돈에 더 많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딸에게 충분히 설명했다. 지금 20대 후반이 된 큰딸은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재미와 취미로 음악적 재능을 뽐내며 산다.경찰이 최근 연세대
태풍 힌남노가 남긴 상처는 깊었다. 포항시는 태풍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국내 최대 제철소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압연 생산라인을 비롯한 공장 일부 시설이 침수됐다. 공장 가동이 중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포항 지역으로 보면 지역 최대 사업장에 타격이 온 것이고, 국가적으로 본다면 철강 생산차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요 제조업 생산일정 차질이 생겼다.포스코 사측은 철강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6개월 이내에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일부 보도에선 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