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사진 가운데)씨가 27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앞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 <김학태 기자>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하청노동자 산재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수위가 정부 원안보다 낮아지고, 산재사망으로 사용자를 처벌할 때 징역하한선이 도입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산재사망 뒤 5년 이내 법 위반시 가중처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전부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자유한국당이 전날부터 “의견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면서 국회 처리가 불발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과 환노위 간사들이 만나 극적인 타결을 이끌어 냈다.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이 보호하는 대상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된다. 특수고용직이나 배달노동자처럼 근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까지 적용한다는 취지다.

현행법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도록 한 도금작업을 포함한 유해작업은 도급이 금지된다. 일시·간헐적 작업이나 수급인 기술활용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은 노동부 장관 승인을 받으면 도급을 할 수 있다.

원청이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 장소는 지금의 22개 위험장소에서 원청 사업장 전체로 확대된다. 원청 사업장이 아니라도 원청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 중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장소까지 포함한다. 정부 원안은 “원청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였는데 재계 반발로 “지배·관리”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원청이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지금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정부 원안은 하청사업자 처벌수위와 같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었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재계 의견이 반영돼 처벌수위가 낮아졌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산재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용자는 지금처럼 1억원 이하 벌금, 7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법인 대표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정부 원안은 10년 이하 징역이었다. 대신 처음 산재사망이 발생한 뒤 5년 안에 다시 법을 위반하면 기존 형벌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중 구성성분 명칭과 함유량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노동부 장관 사전승인을 받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노동자가 작업중지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눈에 띈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아들 볼 면목 생겨”

노동계는 산재사망시 사용자 처벌과 관련해 징역하한선이 도입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고 김용균씨가 숨지면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정작 고인이 일하던 발전소 연료환경운전업무는 도급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산재사망 처벌에 징역하한선이 없어 솜방망이 처벌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날도 국회 환노위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면서 법안 통과를 염원했다. 김씨는 여야 합의가 도출된 뒤 “우리 아들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며 “비록 우리 아들은 누리지 못하지만 아들에게 면목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과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유효기간을 2023년까지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 등 고용노동부 소관 8개 법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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