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절감 목적으로 2007년 도입 …  지자체 27곳, 인건비 일부 예산에 반영 못해
공공기관이냐 사기업이냐를 떠나 기본적으로 필요한 비용은 인건비다. 인건비를 예산에 반영하지 못하면 그 기관은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올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광역 16곳·기초 230곳) 가운데 27곳에서 공무원 인건비 일부를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행정안전부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충조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나온 내용이다. 지역별로는 부산광역시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부산시 소속 기초단체 15곳에서 공무원 인건비 일부를 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다. 대전광역시 6곳, 광주광역시 4곳, 경기도 2곳의 상황도 비슷했다. 27곳에서 반영하지 못한 금액이 1천617억원에 달한다.<표 참조>
 

인건비도 못 주는 지자체들
 
총액인건비 제도는 부처·기관·지자체별로 인건비 예산총액 범위 내에서 인력의 직급별 규모와 직렬·직류, 기구의 설치와 인건비 배분에 대해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는 각 기관이 책임지는 제도다. 2006년까지 8개 부처 44개 책임운영기관에서 시범실시됐고, 2007년부터 전 중앙행정기관으로 확대됐다.

지자체는 기구를 설치하거나 증원할 때 행안부의 별도 승인을 받지 않고 인건비성 경비 총액을 기준으로 필요한 기구와 정원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총액인건비 범위 내에서 직제상 해당기관 정원의 3%까지 자율적으로 인력을 추가로 증원할 수 있다.
행안부장관은 지자체의 행정수요와 인건비 등을 고려해 매년 총액인건비를 산정하고 12월31일까지 각 지자체 장에게 통보한다. 지자체는 행안부장관이 산정·통보하는 인건비 총액 범위 안에서 보수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이 그렇다는 말이다. 실제로 자율적으로 정원을 관리하는 지자체는 거의 없다. 행안부가 정원관리지침을 내려보내기 때문이다. 총액인건비 제도는 인건비 예산액을 중앙정부가 교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건비 편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산편성 기준액을 초과할 경우 교부세 산정에 페널티를 적용한다. 때문에 지자체는 페널티를 받지 않기 위해 예산편성시 인건비 예산을 축소하고 시책사업에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원관리지침에 따라 해당 기관의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총액인건비 제도를 통한 지자체의 자율적인 증·감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 국회입법조사처의 현장조사에서 전남의 한 시청과, 충북의 한 군청은 “중앙정부가 정원지침을 함께 시달하기 때문에 지자체 인사운영의 자율성은 전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자체 자율성 보장 안돼
 
대다수 지자체들은 인사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총액인건비 제도와 행안부의 정원지침 중 하나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건비 예산편성액이 총액인건비를 초과하기 때문에 제도 자체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산정한 총액인건비에 지방정부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가게 만들고 잘못 따라오면 교부세를 차등지급하고 있다”며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지자체 특수성에 맞는 사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고 적절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중앙정부의 정원축소 방침에 의해 현원이 정원을 초과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정부는 총액인건비 기준액을 산정할 때 호봉승급분을 반영하지 않는다. 인건비 전체를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지자체들은 의례적으로 추경예산을 통해 인건비 부족분을 보전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관련 보고서에서 “지자체가 시책사업, 지역현안사업 등의 예산배정을 우선시해 인건비 부족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전체 예산항목을 배정할 때 총액인건비 기준액을 전액 산정하도록 하거나 최소한 인건비의 기본항목인 봉급·기본연봉·정근수당·가족수당·명절휴가비·가계지원비·직급보조비 등은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보완하지 않고 무작정 확산? 
 
올해 기준 총액인건비 제도를 실시하는 기관은 중앙행정기관 44곳, 책임운영기관 38곳이다. 정부는 올해 부산·대구·충남·전남교육청 등 4개 교육청을 대상으로 총액인건비 제도를 시범시행했다. 내년에는 전국의 모든 시·도교육청에 총액인건비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총액인건비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는 채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제도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충조 의원은 “총액인건비 제도는 분권과 자율을 통한 인력관리방식으로 도입된 제도이지만 현실에서는 지자체의 편법적 예산편성과 공무원 간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ip]지방교부세
 
국가가 재정적 결함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돈이다. 보통교부세·특별교부세·분권교부세·부동산교부세로 나뉜다. 보통교부세가 가장 많다. 보통교부세는 중앙정부가 각 지자체의 재정 균형을 위해 재정 부족액을 산정해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지자체 부족액 90%까지 교부세 지급해야”
조승수 의원 지난 20일 지방교부세법 개정안 발의
 올해 246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규모는 약 139조원이다. 이 중 공무원 경비가 17조원으로 13%를 차지한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2.2%다. 재정자립도는 지자체 재정수입에서 중앙정부가 주는 교부금을 제외한 자체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2000년 59.4%에서 2006년 54.4%로 하락한 후 2007년 53.6%, 2008년 53.9%, 지난해 53.6%를 유지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4%포인트 떨어졌다. 전국 지자체 246곳 중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인 곳도 9곳이나 된다. 재정자립도가 10~30%인 지자체는 143곳이다. 지방세수입으로 인건비가 해결되지 않는 지자체는 56%(137곳), 지방세와 세외수입인 자주재원으로 인건비가 해결되지 않는 곳은 16%(40곳)였다.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도 지방재정 악화에 한몫하고 있다. 필요한 재정수입의 상당부분을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로 지원받는 재정구조하에서 대규모 감세정책은 곧 지방교부세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는 지자체의 재정부족액 가운데 82.4%를 보통교부세로 지급했다. 2008년 89.2%에서 6.8%포인트 하락했다. 지방교부세 총액 27조3천919억원 가운데 보통교부세는 24조903억원이다. 여기서 재정여건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보통교부세 총액의 3%를 교부하도록 돼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지급분 6천972억원과 보통교부세 중 매년 도로사업 보전분으로 주는 8천500억원을 빼면 22조5천431억원이다.
반면에 올해 지자체의 재정부족액은 27조3천465억원이다. 지자체 재정부족액 대비 보통교부세 총액 비율이 82.4%에 불과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지난 20일 보통교부세의 교부액이 지자체 재정부족액의 90% 이상 교부될 수 있도록 교부세 재원을 증액하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통교부세는 지방교부세 가운데 가장 금액이 크고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지자체일수록 더 많은 지급된다. 조승수 의원은 “보통교부세의 조정률이 90%로 상향된다면 수도권과 지방 간 재정격차 완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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