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 이랜드노조(위원장 배재석)의 263일 동안 진행된 파업 투쟁은 노동계 내에서도 '약자'로 표현되는 비정규직 문제를 최우선에 두고 마침내 '성과물'을 얻어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노조는 이번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정기간 근무하면 별도의 전형절차를 거쳐 정규직화(만 3년, 부곡분회는 만 2년) 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또 불법파견 판정을 받기도 한 부곡물류창고 노동자들은 이랜드에 직접 채용된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정규직 채용이 거의 없었던 2001아울렛은 캐셔, 판매, 상품관리 등의 정규직을 점차 늘려나가기로 합의했다. 민주화학섬유연맹은 "비정규직을 중심에 둔 투쟁이었다는 점과 노동계 주요 이슈로 떠오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정규직노조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대목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제와 교훈 : 9개월이 넘는 장기파업으로 조합원들의 생활은 극심하게 어려워졌고 18명이 수배상태, 현재 2명이 구속된 채로 있으며 노조가 진 빚도 상당한 액수다. 또 지난해 12월 아울렛 점거 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 등은 조합원과 비조합원, 조합원과 회사쪽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도 사실이다. 회사도 장기파업으로 이미지손실, 매출 타격 등 엄청난 비용이 소비됐다. 노조 내부적으로는 2000여 명의 직원 중 조합원이 150여 명 밖에 안 되는 '소수노조'로 분명 힘겨운 싸움이었다며, 회사·비조합원과의 갈등해소와 더불어 조직확대가 당면 과제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실질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박성수 회장이 교섭에 단 한번도 참여하지 않은 것이 장기화된 결정적 요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또 회사가 기독교 이념을 앞세워 집단과 집단간의 갈등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윤리만을 잣대로 노사관계를 바라본 것도 사태해결을 어렵게 했다는 의견이다. 결국 이랜드 장기파업은 노조를 파트너로 보지 않는 등 회사쪽의 구태한 노무관리로 사태가 악화돼 '구속, 폭력, 노숙투쟁, 단식, 불매운동' 등 엄청난 '교섭비용'을 지불하고서야 합의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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