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개정된 초·중등학교 일부 교과서의 내용이 인권 기준과 가치에 맞지 않다며 관련 내용을 수정·삭제하고, 인권 기준에 부합한 교과서가 제작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지난 22일 교육과학기술부에 권고했다.

인권위가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교과서, 교사용 지도서의 내용·삽화·사진·참고자료·서술방법 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차별을 조장하거나 장애인을 비하하고 노동·시민 불복종 운동을 제약할 소지가 있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남성은 주인공, 여성은 주변인으로 등장시키거나 남성 중심으로만 위인을 소개하는 사례는 성역할 편견과 성차별 조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남성은 '바깥일·공적영역'을, 여성은 '집안일·소비영역'을 맡는 것으로 묘사해 어느 한 성의 고용기회를 제한하거나 노동가치를 평가절하한 사례도 있었다.

인권위는 "2010년 개정 교과서는 삽화·사진에서 등장인물의 성비 불균형은 해소됐지만 남성 중심이거나 우월적인 사고를 갖게 할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장애인을 '앉은뱅이' 혹은 '정신박약'과 같은 비하적 용어로 표현한 사례도 발견됐다. 노동권 및 시민 불복종 운동을 명확한 근거 없이 제약할 소지가 있는 사례와 인권적 요소인 다양성이나 사회적 약자의 관점을 반영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인권위는 "이러한 사례는 권리 교육에 대한 당사국의 노력과 조치를 요구한 세계인권선언이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 각종 국제협약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교과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인권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권교육센터별관에서 교과서 집필진·출판관계자·교사·교육전문가·시민단체관계자들과 함께 '2010 인권 친화적 교과서 집필기준 모색을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인권위는 워크숍 결과를 반영해 조만간 '인권친화적 교과서 집필가이드'를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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