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전국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에 단체협약을 시정하라는 요구서가 팩스로 전달됐다. 발신지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 시정 요구를 받은 내용은 ‘(사용자가) 노조 사무보조비와 사무비품 보조비를 보존한다’는 조항과 ‘노조가 유일교섭단체임을 인정한다’는 조항이다.

포항지청은 사무보조비와 사무비품 보조비를 놓고 노조의 운영비를 원조하도록 규정한 내용이라고 해석했다. 유일교섭단체 조항에 대해서는 노조결성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22일까지 말미를 줄 테니, 자율시정하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포항지부가 반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다음 수순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할 게 뻔하다.

그런데 포항지청이 문제 삼은 조항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위법 여부가 엇갈린다. 유일교섭단체를 강제한 조항이 노조결성권을 막는다는 주장은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위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위법이라는 주장 못지않게 많다. 곁가지이긴 하지만 배타적 교섭제도로 창구단일화를 강제한 노조법의 국회 통과를 독려했던 노동부가 '유일교섭단체를 강제하면 단결권이 위협받는다'는 해석을 내리는 것도 마뜩잖다.

사무보조비를 원조받는 것이 노조법상 부당한 경비원조인지도 논란이다. 노동부는 한국노총의 관련 질의에 “노동관계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 단체협약 또는 노사합의에 따라 노조활동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회시한 바 있다. 현행 노조법도 후생자금이나 최소 규모의 노조사무실 제공은 부당한 운영비 원조로 보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노조사무실에 수반되는 비용을 뜻한다”며 엄격한 해석을 경계했다. 또 그동안 단협에 따른 운영비 원조를 문제 삼지도 않았다. 2009년 이전만 해도 단협 시정명령 의결은 1년에 서너 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갑자기 35건으로 늘었고, 올해 9월까지만 벌써 47건에 달한다. 죽은 사람이 관에서 기어 나온 셈이다.

시정명령의 주체가 대부분 포항지청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올해 시정명령 요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19건이 포항지청에서 나갔다. 노사가 파국에 이르지 않기 위해 인내하고 양보하며 어렵사리 맺은 단체협약을 한순간에 원점으로 돌린다면 누가 공정한 게임을 하려 하겠는가. 노동부가 한쪽 편을 든다는 인식을 심어 주는 지금의 상황은 적어도 공정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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