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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뒤집어라기본소득의 경제적 효과
  •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과)
  • 승인 2010.10.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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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함정과 실업함정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흔히 세전소득과 세후소득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림을 통해 분석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는 소득재분배 효과뿐만 아니라 빈곤함정과 실업함정 문제도 분석할 수 있다.

ⓒ 매일노동뉴스


<그림6>에서 세전소득은 기본소득세가 부과되기 이전의 소득이고, 세후소득은 조세를 부과하고 기본소득이나 최저소득을 지급한 뒤의 소득이다. 45도 선은 조세가 도입되기 이전의 상태로서 세전소득과 세후소득이 일치한다.

최저생계비를 OA2라고 정하고 그만큼의 소득을 최저소득으로 보장하기로 한다면(혹은 NIT를 가정해도 무방), 사람들의 세후소득은 A2C2C3C4가 될 것이다. C3C4의 기울기가 1보다 작아지는 것은 B3 이상의 소득에 대하여 조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OB3만큼의 소득은 과세가 시작되는 기준소득, 즉 면세점이다. 이러한 최저소득보장 제도하에서는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OB2까지의 사람들은 아무런 노동유인을 갖지 못한다. 이 길이가 실업함정의 크기를 나타낸다.

만약 보장소득을 OA2에서 절반인 OA1으로 낮춘다면 실업함정의 크기가 OB1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사람들의 보장 소득이 낮아지므로 빈곤율이 높아지게 된다. 여기서 빈곤율과 실업률의 배반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최저소득보장제도는 소득 및 자산 심사를 하게 되므로, 실제로는 자격이 있지만 서류를 갖출 수 없어서 탈락하는 부분이 생긴다. OB2까지의 사람들 중에서 최저생계비 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OA2에 미달하게 된다. 이들은 빈곤함정에 빠지게 된다. 이와 같이 최저소득보장제도에서는 최저생계비 수준뿐만 아니라 포착률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제 OA1만큼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것은 최저소득보장액수의 2분의 1에 불과하다. 사람들의 세후 소득은 A1D3D4로 바뀌게 된다. 실업함정은 사라진다. 사람들은 노동하면 할수록 소득이 증가한다. 빈곤율은 기본소득의 크기에 좌우되는데, 최저생계비의 절반을 기본소득으로 하면, OB1 이상의 사람들이 빈곤함정에서 벗어나게 된다. 동일한 최저소득을 보장하더라도 최저소득보장제도(혹은 NIT) 하에서보다 빈곤인구가 작아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저생계비 보장제도 하에서는 B3 이상의 사람들이 제도 도입으로 인해 순납세자가 된다. 그러나 기본소득의 경우에는 B4 이상의 사람들이 순납세자가 된다. 기본소득의 경우가 최저소득보장제도에 비하여 순이익을 얻게 되는 사람들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순이익 수취자의 규모가 기본소득의 경우에는 OB4인데, 최저생계비의 경우에는 OB2이다.

계층별 효과

기본소득의 계층별 효과를 살펴보자.
노동유인에 대한 결론은 전통적·조건적 복지제도보다 기본소득제도에서 노동유인 감소효과가 작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 매일노동뉴스


거래비용이 없는 상태에서는 전통적 복지나 기본소득이나 동등한 결과가 되도록 만들 수 있다. 전통적 복지나 기본소득 모두 동일한 결과가 도출된다.

다음으로 전통적 복지에서는 자격심사 비용이 들어간다고 가정해 보자. 실업자인지 아닌지 11명 모두를 조사해야 한다. 이 관리비용을 20만원이라고 한다면, 1인당 소득 변화는 다음과 같이 바뀐다. <표9>와 <표10>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전통적 복지보다 기본소득하에서는 실업자와 노동자 사이의 소득격차가 확대된다. 만약 노동유인이 노동자와 실업자 사이의 소득 격차에 비례한다면 기본소득은 전통적 복지보다 노동유인을 작게 줄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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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과 전통적 복지의 차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우리의 모델처럼 상당한 비중의 재원이 불로소득에서 유래할 경우에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표11>은 불로소득자가 3명이 각각 2천만원의 소득을 수취하고, 정규직 노동자가 10명 1인당 임금 400만원, 비정규직 노동자 10명 1인당 소득 200만원, 실업자·노인 등 무소득자 5명일 때를 전제한 것이다. 기본소득은 100만원을 지급하고 세금은 모든 소득에 비례해 징수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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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으로 인한 소득 변화. 불로소득이 전체 소득의 절반을 차지할 때
1인당 소득격차는 기본소득일 때가 전통적 복지일 때보다 더 커진다. 따라서 노동유인은 기본소득일 때가 더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적 복지하에서는 불로소득 생활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소득이 줄어든다. 그러나 기본소득 하에서는 실업자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득이 모두 늘어난다. 정규직 노동자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득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난다. 불로소득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이런 효과가 더 커진다.

이것으로부터 기본소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실업자가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경제적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복지가 저소득층에 집중된 정책이라면, 기본소득은 중산층을 포괄하는 복지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강남훈·곽노완·이수봉(2009)은 1인당 6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연간 300조원의 기본소득 재원을 소득세와 불로소득세를 통해 마련하더라도, <표12>와 같이 대부분의 중산층들에게 순편익이 발생하는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조세 계획에 따르면 연 과세대상소득이 1억원에 달하는 사람의 경우조차 가족 성원이 2인 이상일 경우 기본소득으로 인해 실질소득이 늘어난다(1인당 기본소득 연 수령액 : 19세 이하 400만원, 20~39세 500만원, 40~54세 600만원, 55~64세 800만원, 65세 이상 900만원).1)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근로자의 90% 정도가 이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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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본주의와 기본소득

몇몇 학자들은 현대자본주의의 특징 때문에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드 비어(de Beer)

드 비어는 다음과 같은 실업과 빈곤의 배반관계를 지적하면서 기본소득을 양날검(double-edged sword)라고 주장하고 있다.(de Beer,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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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경제를 비교해 보면, 미국은 실업률이 낮고 빈곤율이 높은 데 반해 유럽은 실업률이 높고, 빈곤율이 낮다. 그는 이것이 효율성과 형평성 사이의 배반관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EITC를 채택했고, 유럽은 능동적 복지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EITC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EITC는 빈곤율을 낮추는 데에는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근로빈민에만 해당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하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있지만, 페이즈 아웃(phase-out) 단계의 노동자들에게는 탈유인 효과(disincentive)가 있다. 근로자와 실업자 사이의 소득 격차는 늘리지만 저임금노동을 더 많이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데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비근로빈민들의 소득을 높이지 못하므로 상대빈곤율을 낮추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인 효과는 단기적 효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유럽의 능동적 복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능동적 복지 중에 대표적인 것이 임금비용 보조다. 이것은 일반적인 형태와 한계적인 형태가 있다.

일반적 임금비용 보조(Robin Hood policy)의 경우에는 저숙련노동에 대한 수요증가가 고숙력노동에 대한 수요감소로 일부 상쇄된다. 저숙련노동에 대한 수요탄력성이 더 크다면 노동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나 그 크기는 크지 않을 것이다. 수요 증가가 실업 감소를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요의 일부는 가정주부나 졸업자들에 의해 충당되기 때문이다. 임금이 기존의 사회보장보다 수준이 낮을 경우(빈곤함정의 경우) 특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신규참여자들은 빈곤가계이므로 빈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단기적으로 일반적 임금비용보조는 고용을 증가시키지만, 그 크기는 크지 않고, 빈곤율 감소도 작다고 할 수 있다. 이 제도가 장기적으로 저임금노동자들의 상향이동을 방해하고, 임금 보조 일부분을 노동자들이 차지하도록 만든다면, 장기적 효과는 단기적 효과와 차이가 날 것이고, 그 크기도 작을 것이다.

한계적 임금비용 보조는 미취업자의 신규고용이 일어나고 난 후에 보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빈곤과 실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효과는 없다.
가장 강력한 임금비용보조 형태는 공공고용이다. 공공고용은 단기적으로 빈곤과 실업 해소에 도움을 주지만 장기적 효과는 매우 불확실하다. 민간부문 임금 상승으로 인한 민간고용 감소 가능성이 있다. 공공부문 임금을 조세에 의해 유지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임금비용보조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소득보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에게 보조되기 때문에. 대체효과 위험이 없다. EITC가 근로자의 빈곤율만 낮추는 데 반해 기본소득은 비근로자의 빈곤율도 낮춘다. 기본소득은 EITC와 달리 취업자들의 노동시간 증가 효과가 없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공급을 줄일 것이다. 그러나 실업자들이 파트타임 노동을 탐색하는 것을 늘릴 것이다. 빈곤율의 상당한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기본소득세가 고용주들에게 전가되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한계세율은 고용주들에게는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통한 노동시간 연장보다는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증대를 택하게끔 할 수 있다.

판 빠레이스

빠레이스는 현대자본주의에서 가계의 압도적 대부분이 가족 구성원 한 사람이 가지고 있거나 있었던 직업 때문에 발생하는 임금이나 연금으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복지국가의 사회부조망은 한계적인 것으로 한정된다는 전통적 복지국가의 개념은 더 이상 적용될 수 없게 됐다. 기술혁신과 시장 국제화의 충격으로 생활임금을 지불하면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직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렵게 돼 가고 있다. 이것을 그는 이중경제, 혹은 3분의 2 경제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계급 구분은 자본가와 노동자가 아니라 안정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인구의 나머지 부분이라고 주장한다.(van Parijs, 1992)

기술혁신·유럽 경제통합·지구화·사유화·결혼 불안정·교육의 동형교배(homogamy) 등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가계들이 적절한 직업 자산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다.(그는 직업을 일종의 자산으로 간주한다.) 현대경제는 직업의 부존에 기초한 새로운 계급 구분을 탄생시키고 있다. 그는 이러한 계급구분이 복지국가 자본주의의 특징이었던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에 기초한 계급 구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P. van Parijs, 2000)

빠레이스는 새로운 사회적 과제(new social question)를 제기하고 있다. 그것은 빈곤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실업을 감소시키는 과제를 의미한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이전 지출이 필요하다. 하나는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이전 지출(in-work benefits)이고, 다른 하나는 비근로 내지 저근로 선택자에 대한 이전 지출(chosen-time subsidies)이다. 첫 번째 종류의 지출로서는 사용자 사회보장 부담분 감소, 노동자 부담분 감소, 사용자 고용보조 혹은 조세 공제, 노동자 소득 보조 조세 공제, 공공부문 보조 등이 있다. 두 번째 종류의 지출로서는 조기퇴직 보상, 중간 휴식 보상,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소득세 감면 등이 있다. 첫번째는 실업함정 문제를 다루고, 두번째는 빈곤함정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빠레이스는 기본소득은 두 가지 문제 모두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푸가말리(Andrea Fumagalli)

푸가말리는 기본소득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현대자본주의에 적합한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Fugamalli, Andrea. 2000.)

첫째, 현대자본주의에서는 생산과 고용의 연결이 단절됐다. 기술혁신과 유연생산의 발전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진행되고 있다.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일시적·파트타임 형태의 노동이 일반화되고 있다.

둘째, 임금과 생산성 사이의 연결이 단절됐다. 생산성은 기계와 컴퓨터 등 다른 장치의 사용 여부에 의존하게 됐다. 노동자들은 개별교섭을 통해 임금이 결정되고, 단체교섭의 이득을 누릴 수 없게 돼가고 있다.

셋째, 국가적 소비 구조가 중요하지 않게 되면서, 소득분배가 자본축적에 미치는 중요성이 줄어들었다. 금융이 국제화되고, 탈산업화되면서, 개별 국민국가가 자본축적에 대해 영향력을 상실하게 됐다. 소득 재분배를 통한 내수 시장 중요성 감소하면서 소득 분배와 축적 과정이 분리됐다. 완전고용은 더 이상 축적체제에 유효한 전략이 아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기본소득만이 현대자본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주]
1) 물론 이하의 설명에서 확실해지겠지만, 근로소득 및 종합소득 이외에 지대소득·배당소득·이자소득 등이 있는 경우에는 기본소득세를 더 납부하게 된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과)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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