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근로자와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의해 상호간에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고, 근로자는 취업규칙에 의해 정해진 규정을 따라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다만, 대상판례와 같이 취업규칙에서 정한 규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근로자와 사용자 상호간에 의사의 합치가 있었거나 이의제기 없이 취업규칙에 정한 바를 지키지 않고 지속적으로 근로관계를 유지했고, 그러한 근로관계의 유지가 사회질서에 위반됨이 없는 경우, 추후 그러한 근로관계가 취업규칙에 위반됐음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해지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2. 사안의 개요 및 경과

당해 사안을 살펴보면, 근로자 A는 2007년 8월24일 사용자 K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후 근로를 제공했고, 2008년 7월23일자로 일년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해고통지를 받았다.
근로자 A는 이에 노동위원회를 거쳐 행정법원에서 당해 해고가 부당한 해고임을 각각 다투었으나 패소해, 서울고등법원에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이다.

근로자 A는 근로를 제공하던 중 2008년 1월 회갑을 맞이했고, 사용자 K로부터 결재를 받아 회갑축의금을 받았고, 2008년 5월경부터는 인상된 임금을 받게 됐다. 사용자 K는 근로자 A와 부당해고에 대해 다투는 과정에서, 당해 회사 취업규칙에서 정한 정년을 지났다는 이유로 근로자 A를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3. 쟁점

취업규칙상 정년을 지났음을 이유로 한 근로관계의 해지가 정당한지 여부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근로자의 의사나 근로능력에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종료되나, 대상판례의 경우 근로자 A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정년에 도달했음을 사용자 K가 알고 있었고, 정년에 도달했던 2007년 12월31일 이후 인상된 임금을 소급해 적용하기까지 했다.
당시 사용자 K는 근로자 A가 정년에 도달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취업규칙상 정년에 관한 규정에 대해 언급하거나, 이를 이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될 수 있음에 대해 고지한 바가 전혀 없었다.
근로자 A가 정년에 도달했던 2007년 12월31일로부터 7개월이나 지난 2008년 7월23일에 사용자 K는 일 년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것을 이유로 해고통지를 했으나, 당시 근로자 A는 정년을 넘은지 6개월 이상 근로계약을 유지하고 있어 묵시적으로 근로계약이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사용자 K는 근로자 A와의 다툼 과정에서, 근로자 A가 취업규칙상 정년에 도달했음을 이유로 당해 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했으나, 이는 최초 사용자 K가 해고사유로 삼은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로 인한 해고사유와는 다른 것이다.
또한 근로자 A로서는 취업규칙상 정한 정년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계속적으로 근로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으며, 근로자 A가 업무상 과실이나 태만 등의 사유가 존재하지 않은 바, 사용자 K의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로 인한 근로계약관계의 해지통보는 해고통보에 해당하며,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제1항의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사용자 K가 해고 사유로 삼은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로 인한 근로관계의 해지통보(사실상 정년이 도과했음을 이유로 한 해고통보)는, 근로관계의 자동종료에 해당하는 정년규정도 묵과하고 임금의 소급인상까지 실시하며 계속적으로 근로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도중에 이루어진 만큼 당해 해고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4. 시사점

대상판례는 해고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 여부에 대한 판례이나, 취업규칙에 정해진 정년 규정으로 인해 발생한 다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른 대안과 대책들이 시급한 상황에 처해있다.
일부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정년 연령을 더 높이거나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하는 등의 대안들을 모색해 보고 있지만, 아직은 사회 전체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최근 고용상 연령차별을 금지하고 고령자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법률이 적극적으로 적용되도록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고령자들은 일한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규에 정한 정년을 초과한 이유로 직장을 떠나야 하거나, 재취업을 하는 일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설사 재취업을 하더라도 자신이 가진 경력이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와는 전혀 다른 단순한 업무에 주로 종사해 사회적으로도 많은 손해를 낳고 있다.

대상판례의 근로자 A의 경우처럼 정년이 지나고도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사가 있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로를 계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지, 단순히 회사의 규정상 정년에 도달했음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사회에도 손실을 가져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5. 맺음말

대상판례는 근로자 A가 정년이 지난 후에도 사용자와 계속적으로 근로관계를 유지해오다 사실상 회사 취업규칙상 정한 정년이 지났음을 이유로 근로관계의 해지를 통보한 사안으로, 당해 근로관계는 근로자 A의 정년이 지난 후에도 한참동안 유지돼 묵시적으로 근로계약관계가 유지된다고 믿을 만한 정황이고, 근로자 A가 업무상 차질을 빚는 등의 사유가 없는 바, 근로자 A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해고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또한 고령화시대를 맞이해 고령자에 대한 고용에 대해 사회적․국가적 차원의 대책과 제도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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