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매년 11월22일을 ‘건설기능인의 날’로 제정한다고 17일 발표했다. “150만명에 달하는 건설기능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사기를 진작시킨다”는 이유를 달았다. 건설기능인력을 유공자로 포상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건설근로자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도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의 계획은 ‘우물가에서 숭늉찾기’에 다름 아니다. 방향이 틀려도 너무 틀렸다. 지난 6일 GS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2대가 충돌해 건설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노동부와 GS건설이 문제가 있는 기계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도 사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10대 건설사에서 일어난 사망재해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141건에 달하고 154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안전 관련 적발로 부실벌점을 받은 건수는 10건에 불과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GS건설은 단 1차례 벌점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13일에는 레미콘노동자 서아무개(47)씨가 전북 순창군 유등면 88고속도로 확장공사 현장에서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서씨는 이틀 만에 사망했다. 건설현장에 만연한 유보임금이 서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관급공사가 이럴진대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건설현장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대책 마련의 책임은 주무부처인 국토부에 있다.

건설기능인의 날을 제정하고 포상하면 건설노동자의 자긍심이 높아진다는 말이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건설현장에서, 정부 포상을 받고 자긍심을 느낄 건설기능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건설노동자들의 처우는 번지르르한 말로 개선되는 게 아니다. 립서비스 남발로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국토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해법을 신속히 내놓는 것이다. 포상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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