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그것은 흥분과 설렘이었다. 10여년 전 처음 해외 배낭여행을 하겠다고 공항에 들어섰던 그때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콩닥콩닥 두근두근…. 가슴은 마구 방망이질쳤다. 미지의 세계로 나를 데려다줄 첫 관문인 공항은 그렇게 가슴을 뛰게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공항은 흥분과 설렘만의 공간일까. 수많은 사람과 물류가 오가는 공항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시설과 사람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공항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인천국제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그런 점에서 답을 줄 수 있는 곳이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8일 공항을 닦고, 조이고, 그리고 비행기를 비상하게 하는 그들을 만났다.


인천국제공항의 핵심, BHS와 계류장관제소

“인천국제공항을 알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이 두 곳이 핵심입니다.”
박남호(42)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사무총장이 지목한 곳은 수하물처리시스템(BHS) 운영센터와 계류장관제소였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을 알고 싶다면 이곳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며 “공항의 흐름이 보이고 이해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과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인천국제공항은 거대했다.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을 기치로 2001년 3월 개항한 이래 10년째를 맞고 있다. 1, 2단계(1단계 92~2001년, 2단계 2002~2008년) 건설을 거쳐 현재는 축구장 7천800개 규모의 5천606만제곱미터의 거대한 부지를 자랑한다. 초대형 항공기의 동시 이착륙이 가능한 3개의 활주로와 항공기 144대(여객기 108대, 화물기 36대)를 동시에 주기(駐機)할 수 있는 여객·화물계류장,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교통센터, 항행안전시설(관제탑·레이더·항공등화), 자유무역지대가 자리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70개 항공사, 전 세계 60개국 170개 도시로 연결된다. 연간 항공기 운항 41만회, 여객 4천400만명, 화물 450톤의 수용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운항 19만8천회, 여객 2천854만명, 화물 231만톤을 기록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움직이는 사람들

그렇다면 인천국제공항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공항 건설과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는 900여명의 직원을 비롯해 하청업체 직원까지 총 7천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운항관리·계류장 관제와 운영·수하물 운영·보안시설 등을 담당한다.
“공항에 상주하는 인원이 3만5천여명으로 추정됩니다. 공사 원·하청 직원들 외에도 국내외 항공사와 그에 속한 지상조업사, 면세점, 서울지방항공청 소속 관제소, 출입국관리소·세관에서 일하는 이들입니다.”

박남호 사무총장의 설명을 듣긴 했지만 규모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공항을 움직이는 전체를 볼 수 없더라도 아까 말씀하신 핵심 업무는 보고 싶네요.”
“자, 지금 출발하시죠. 그런데 미리 말씀드린 신분증은 가지고 오셨죠?”
공항시설 안으로 들어가는 절차는 상상 이상이었다. 보안 때문이다. 처음 취재를 요청할 때부터 신분증 복사본을 보내 취재와 사진촬영 허가증을 받을 때까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공항에 도착해 보니 취재팀을 수행할 홍보팀 관계자가 나와 있었다. 이 관계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팀을 수행해야만 공항시설을 취재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외 항공기 수하물은 모두 이곳으로~

“신분증을 주십시오. 그리고 이 패스를 받고 검색대에 짐을 올리시면 됩니다.”
보안요원의 요구였다. 신분증과 교환한 패스는 2개였다. A라고 찍힌 것과 B~F까지 찍힌 것이었다. 공사 직원이라 하더라도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이 구분돼 있다고 했다.
흔히 공항에 처음 도착해 만나는 공간이 여객터미널이다. 이곳에서 항공권을 티케팅하고 출입국 심사절차를 끝낸 뒤 해당 항공기가 주기한 구역에서 탑승을 기다리면 된다. 공사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공항시설에 들어갈 때는 신분확인과 보안검색을 거쳐야 한다. 취재팀과 동행한 홍보팀 관계자와 노조 관계자 모두 자신의 짐을 검색대에 올려놓았다.

“지금 가실 곳은 수하물처리시스템(BHS) 운영센터입니다. 이른바 여객의 위탁수하물을 분류해 해당 항공기까지 운반하는 것을 24시간 제어·감시하는 중앙통제실이죠.”
BHS 운영센터는 여객터미널에서 무인 셔틀트레인을 타고 간 탑승동에 위치해 있었다.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간 거리는 900미터다. 대한항공 등 국적기는 여객터미널에서, 외항사는 탑승동에서 탑승을 한다. 그렇지만 국내외 항공사의 여객 위탁 수하물은 모두 BHS 운영센터를 거친다. 터미널과 탑승동 사이에 수하물을 분류·운반하는 거대한 터널이 있다.

수하물 처리의 심장부, BHS 운영센터

BHS 운영센터가 위치한 탑승동 지하는 미로와 같았다. 직원들도 길을 잃기 십상이란다.
“어서 오세요. 이곳은 여객 위탁수하물을 처리하는 심장부입니다.”
조동주(44) 수하물운영팀 차장이 반갑게 맞아 줬다. 조 차장이 취재팀을 맞은 곳은 BHS 운영센터의 중앙제어실이었다. 모두 30여대의 모니터를 앞에 두고 20명 안팎의 직원들이 수시로 수하물 처리장과 소통하고 있었다.

“BHS 운영센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설명드릴게요. 왜 티케팅을 하면서 짐을 맡기잖아요. 그때 꼬리표를 붙이고요. 그 수하물은 전용 트레이(쟁반)에 실려 엑스레이 보안검색을 거쳐 컨베이어를 타고 자동분류와 고속운송을 통해 해당 항공기까지 운반됩니다. 반대로 항공기가 도착하면 여객터미널까지 똑같은 과정을 거쳐 운반되지요.”

인천국제공항은 단계적으로 수하물 처리시스템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했다. 수하물처리능력은 어느 항공사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조 차장은 “시간당 출발시 수하물 1만2천600개, 환승 1만800개, 도착 3만3천120개를 처리하고 운송시간은 출발시 수하물 26분, 환승 19분, 도착 18분 이내로 수하물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실제 늦게 당도한 지각수하물은 2008년 1만개당 0.69개에서 올해는 0.14개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아시아 주요 공항별로 보면 지각수하물 관리목표치의 경우 인천국제공항이 1만개당 1개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5개)·싱가포르 창이공항(4개)·중국 베이징공항(3개)보다 적다.


중앙제어실과 현장의 조화 "지각수하물은 없다"

수하물 처리시설에는 요소마다 CCTV 297대가 설치돼 있다. 중앙제어실은 모니터를 통해 전체 상황을 통제한다.
“여기 통제화면을 보세요. 선들이 얽혀 있죠. 이들 중 노란색이 들어오면 에러가 발생한 겁니다. 파란색은 짐이 적체돼 중단된 상태고요. 초록색은 정상적으로 운반되고 있다는 뜻이죠. CCTV를 통해 문제가 확인되면 즉시 현장직원에게 연락을 취해 조치를 합니다.”
BHS 운영센터 중앙제어실과 수하물 처리장에는 560명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26명이 공사 직원이고 나머지는 협력사 직원이다. 현재는 포스코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BHS 운영센터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BHS 운영센터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특히 수하물 처리시설은 거대한 거미줄처럼 동서남북 2개씩의 터널과 고속컨베이어, 리프트로 이중 삼중 얽키고설켜 있다. “웅~ 웅~” 지하를 울리는 굉음 또한 만만치 않았다.

“지하 수하물 처리시설 현장은 기계·전기·전자시설, 전자제어, 전산시스템 등의 역할로 나뉘어 전문인력들이 24시간 유지·보수하고 있어요. 수시로 중앙제어실과 연락하죠.”
차영진(43) 탑승동 운영정비조장의 설명이다. 그는 협력사 직원이다. 차 조장과 직원들이 자동제어장치(PLC)로 안내했다. 그는 “모든 수하물 처리시설의 컨베이어를 이곳에서 통제합니다. 한마디로 두뇌죠. 수하물을 수합해 인·아웃 지령을 내립니다.”
PLC를 지나 직접 고속으로 달리는 컨베이어를 보기 위해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앞서 설명한 대로 BHS 운영센터는 고속시스템을 갖고 있어요. 분당 420미터를 가지요.”

계단을 타고 올라가 보니 직원들이 컨베이어를 점검하고 있었다.
“지금 소음측정을 하는 건데요. 컨베이어 소음측정을 통해 기계의 이상 여부를 판단합니다. 점검 결과 장애 여부가 인지되면 벨트를 교체하거나 기타 조치를 취합니다.”

공항 지상이동의 디자이너, 계류장관제소

계류장관제소로 가는 길도 험난했다. 몇 번의 보안팀 확인을 거쳐 도착한 계류장관제소는 별도의 6층 건물에 있었다. 관제소에 올라선 순간 웬만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와 주요 시설이 한눈에 보였다.

“인천국제공항에는 서울지방항공청 관할 메인관제소와 계류장관제소 등 2개의 관제소가 존재합니다. 메인관제소는 항공기의 이·착륙을 관장하고, 계류장관제소는 계류장 운영계획 수립, 계류장 내 항공기 진·출입과 유도 등 지상이동을 통제하지요.”
계류장관제소를 책임지고 있는 전광열(50) 운항지원팀 차장의 설명이다. 2개의 관제소가 존재하는 공항은 국내에서는 인천국제공항 뿐이지만 미국 덴버·JFK·LA공항, 일본 나리타공항, 프랑스 드골공항이 이 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계류장관제소 내부는 각종 모니터와 장비로 꽤나 복잡해 보였다.
“여기 모니터를 보시면, 빨간선 구역은 계류장관제소 관할구역입니다. 활주로, 유도로 모두 해당되지요. 여기 동서남북 4곳의 제방빙장도 보이죠? 겨울철엔 눈과 얼음을 치우고 항공기가 안전하게 뜨도록 제방빙 관제도 합니다.”

계류장 관제소는 비행기 출·도착 또는 지상이동을 하는 항공기 관제, 항공기견인 관제, 제방빙 관제, 항공기 차량안내, 항공등화제어, 지상이동차량 통제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공항 지상이동의 디자이너다.

“실수는 곧 대형사고, 항상 긴장해야”

“일반적으로 오전 8시~11시와 오후 6시~9시가 항공기가 가장 많이 이·착륙하는 피크시간입니다. 이때는 정신이 없어요.”
계류장관제소가 하루에 소화하는 항공기는 취재팀이 찾은 8일에만 출발 항공기 304대, 도착항공기 304대 등 608대였다. 이 밖에도 하루 110대의 항공기를 견인한다. 성수기에는 훨씬 교통량이 많다. 이 같은 교통량은 1년 전에 비해 13%가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지상이동안내관제시스템(A-SMGCS)인데요. 빨간색이 들어오면 장애물이 있다는 뜻입니다. 도착항공기는 파란색, 출발항공기는 초록색으로 표시됩니다. 지상감시레이더(ASDE) 보이죠? 야간이나 안개나 비오는 주간엔 시정이 나빠 레이더 등의 장비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비행정보관리시스템(FIMS)은 출·도착·견인항공기에 대한 정보가 뜹니다. 계류장관제소는 이를 통해 시간과 거리를 고려해 항공기 이동순서를 지정합니다.”

계류장관제소에는 관제사 자격증을 갖춘 이들이 근무한다. 20명이 1일 3교대로 24시간 운영된다. 관제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근무하는 특수성 때문에 이곳 근속연수는 다른 부서보다 길다. 전광열 차장만 해도 30여년의 경력을 자랑한다.
올해로 6년째 근무한다는 김재철(37) 대리는 “관제소에서 자칫 실수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시 긴장감이 흐른다”고 말했다.

대동맥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지하에서 여객 수하물 운반과 지상에서 항공기 이동을 관장하는 BHS 운영센터와 계류장관제소는 인천국제공항의 대동맥을 이루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최고임을 자부했다. 그 명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느껴졌다.
실제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1천700개 공항 협의체인 국제공항협의회가 매년 실시하는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5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이라크·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4천500명이 운영노하우를 배워 간 공항이기도 하다.

그런 인천국제공항이 최근 공기업 선진화정책에 밀려 민영화 위기에 놓여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민영화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동북아 허브공항을 표방하며 2001년 개항 이래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온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위기를 딛고 새롭게 비상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천국제공항의 대동맥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장분석]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논란, 내년으로 넘어갈 듯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민영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정부는 “세계 상위 50개 공항의 약 70%가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운영효율성 제고와 허브기능 강화, 세계적 공항운영사 도약을 위해 민간지분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8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49%를 민간에 팔겠다며 "주식의 15%는 2010년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나머지 34%는 내년에 매각작업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의 지분매각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3월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이 의원발의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됐고, 지난달 국토해양위원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 민영화와 관련해 반대여론이 거세다. 5년 연속 세계 1위인 ‘세계 최고 공항상’을 수상하고 6년 연속 당기순이익을 실현할 정도로 세계 정상급 서비스와 경영효율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민영화 추진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학계, 정치권의 논리도 제각각이다. 정부는 세계 상위 50개 공항 중 70%가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학계와 정치권은 전 세계 4만4천10개 공항 중 민영화나 지분매각을 한 공항은 3.9%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민영화를 추진한 공항들이 경영상태가 나빠졌고, 민영화를 추진했던 공항들이 지금은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7월10일 전국교수공공부문연구회(연구단장 김윤자 교수)는 ‘동북아 항공산업과 한국 허브공항의 발전전망’ 연구결과를 통해 영국 히드로공항·호주 시드니공항·그리스 아테네공항의 민영화 추진작업이 실패로 끝났다고 밝힌 바 있다. 수익성을 강조하다 보니 요금이 인상됐고, 반면에 서비스 질은 악화됐기 때문이다. 홍콩·싱가포르·일본의 경우도 민영화 추진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배경이다. 특히 지난 4일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민영화 추진을 우려했다. 국민여론 또한 좋지 않다. 명분이 없고 국부유출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가 실시하고 있는 해외매각 반대 서명운동에 11일 현재 40만8천여명이 동참했을 정도다.
때문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연내 지분 매각이 무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분 매각의 선결 과제인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반대여론이 높고 여야 모두 민영화 추진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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