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어떻게 납부합니까. 올해처럼 비가 많이 와서 10일도 채 일하지 못하면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벌어요. 이러면 지역가입자가 되는데, 최소소득으로 신고해도 9만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그냥 포기해 버립니다.”

형틀목수 노동자 김아무개(43)씨는 국민연금 제도가 불공정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만약 사업장 가입자라면 사업주가 4만5천원을 부담하고 노동자는 4만5천원만 내면 돼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건설노동자들은 사업장가입자가 되지 못해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노후 준비조차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건설노동자의 절반 가량이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건설업에 ‘취업’ 중인 건설노동자 184만명 중 42%인 78만명이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건설노동자들은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 ‘사업장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게 쉽지 않다. 규정상 1개월 이상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한 달에 20일 이상 현장에서 일해야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가 된다. 하지만 대다수 건설노동자들은 한 달간 20일 미만으로 일하거나, 한 달 이상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다. 사업주도 연금 보험료 지출을 절감하기 위해 신고를 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법 규정이 차이가 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민연금법 시행령은 적용제외자로 ‘일용근로자나 1개월 미만의 기한을 정해 사용되는 근로자’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법 시행령은 적용제외자로 ‘1개월간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차이로 건설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73.7%에 달하는 반면 국민연금 가입률은 27.3%에 불과하다. 곽 의원은 “건설노동자들은 노동빈곤층에 속함에도 지역가입자가 돼 다른 노동자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며 “건설노동자들이 사업장가입자가 될 수 있도록 ‘20일 제한’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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