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찍는 이 총재나 찍지 말고 대우자동차 해고노동자를 찍어봐요."

"한나라당 의원들도 총선 때 대우차를 절대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집회에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 "다 전시행정 아닌가요? 어제 국민과의 대화를 보니 대통령도 남의 얘기는 하나도 안 듣고 자기얘기만 하더라."

'민심을 듣겠다'며 3일째 지하철 출근을 하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앞에서 '속이 후련하게' 정치권을 비난한 조성애씨(32세).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퍼부은 데 대해 조씨의 설명은 아주 의외였다.

"성수동에서 인천으로 출퇴근하려면 왕복 4시간 걸려요. 지하철에서 잠을 자야 수월하게 일을 하는데, 잠을 깨우는데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러나 조씨와 인터뷰를 할수록 정치권에 대한 더 큰 분노가 배어 나왔다.

2년전부터 인천산업사회보건연구회에서 산재상담, 노동조합 산업안전활동 지원 등의 일을 하고 있는 조씨. 그는 12년을 주물공장에 다니다 '직업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는 역학조사결과에도 끝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지난 1월 숨진 노동자이야기를 꺼냈다.

"폐암선고를 받고 요양신청→심사청구→역학조사→재심청구. 서류 세 번 넣는데 1년 반이 걸렸어요. 아직도 절차는 끝나지 않았는데 그 사이 노동자는 고등학생 아들을 남기고 숨진거죠."

요즘에는 대우차에서 정리해고 당한 산재노동자와 장애인을 지원하고 이들과 함께 항의집회를 하는 것도 주요한 업무이다. 산재노동자 22명의 정리해고는 철회했는데 장애인은 아직 남아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평생 짜르면 안되냐고 반박하는데 그들이 왜 장애인이 됐습니까. 뼈빠지게 일하다 회사가 안전시설 안 지켜서 장애인이 됐는데 먼저 나가라니요."

지난 선거 때 인천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에 찬성했던 의원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총재 비서실장도 '대우차 절대 안 팔겠다'고 약속한 사람이라는 것. 그러나 1,750명을 정리해고한 지금, 함께 싸우는 의원은 한 명도 없다고 조씨는 분통을 터뜨린다.

"지하철 타는 것이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라면 먼저 의원들 모두를 지역으로 보내서 민생현안이 뭔지 국민들한테 직접 듣고 해결을 위해 같이 앞장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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