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노조 상급단체 파견전임자 임금 문제를 매듭지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사문화선진화위원회는 지난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노동조합이 공익적 사업을 할 경우 노사정이 성공적인 사업수행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의 권고문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상급단체 파견전임자가 해당 사업에 참여할 경우 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이를 위해 노사문화발전센터를 설립했고, 고용노동부는 관련 고시를 행정예고했다. 기획재정부도 노조 공익사업 후원에 대한 면세조항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표했다. 내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노사정이 지난 5월 “상급단체 노조간부의 역할 인정 등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연착륙을 위해 노사상생 협력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타임오프 연착륙을 위해 노사정이 마련한 고육책이라는 의견과 함께 정부가 한국노총 파견전임자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야 하는 만큼 노조의 자주성 훼손 우려도 나온다.



“노사문화발전센터는 패러다임 전환 위한 것”
손종흥 한국노총 사무처장




결론적으로 한국노총의 노사문화발전센터 설립과 관련해 전적으로 상급단체 파견전임자 임금보전을 위한 것이라고 보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노총이 센터를 설립한 것은 타임오프 제도와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새로운 노동환경하에서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 정착과 국민에게 다가가는 노동운동을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사업을 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노조의 공익사업 후원에 대한 면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한국노총이 제시했고 정부도 공감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을 바꾼 것이다.
센터의 재원은 뜻을 같이하는 단체와 조직의 출연을 받고 한국노총이 일부 매칭하면서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센터 운영을 위해서는 한국노총의 조직적 인프라를 활용할 수밖에 없고 상급단체에 파견 나온 활동가들 역시 적임자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 사업의 목적이 파견전임자의 인건비를 주는 것이 전부인 양 말하지만 이는 편파적인 시각이다. 그 사업을 담당하는 활동가들에게 사업비 가운데 인건비(활동비)를 보조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기금의 전부가 인건비로 지급되는 양 호도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2가지 축으로 준비해 나갈 것이다. 2년간 한시적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센터의 사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활동가 배출 등 인력구조를 마련할 것이다. 또 파견전임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법 개정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돈으로 노조활동 길들이기”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정부·여당과 재계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유지해 준 한국노총에 수고비를 지급하겠다는 결정에 불과하다. 타임오프 제도에 대해 정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부터 노조를 보호하고 노사관계 선진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이 제도를 통해 노조활동을 봉쇄하고 지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결국 타임오프 제도는 친정부적인 한국노총조차 노조활동을 할 수 없게 만들 정도로 통제적이고 억압적인 제도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정부·여당과 사용자는 한국노총의 뒤를 봐주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사정위에서 채택된 ‘노사문화 선진화를 위한 노사협력사업’ 권고문의 내용을 보면 노동조합연합단체 차원의 노조활동을 제한하고 길들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러한 권고문은 사용자의 요구와 정부의 책임회피를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노조로서는 투쟁포기 각서나 다를 바 없다. 사용자와 정부가 걸핏하면 단체협약을 파기하고 직장폐쇄를 감행하며 노조활동을 짓밟는 마당에 노조연합단체더러 노사협력사업만 하라는 것은 현장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라는 얘기밖에 더 되나.


“공익사업 후원과 전임자임금은 별개”
이동응 한국경총 전무




기업이나 경제단체가 총연합 노조단체의 공익사업을 후원하는 것과 전임자임금은 엄연히 별개의 사안이다.
타임오프 제도는 기업현장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 이와는 별개로 지난 27일 노사정이 합의한 것은 노총의 공익사업을 도와주겠다는 것이지, 상급단체 파견전임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어떻게 편법인가.
노총이 공익사업을 하지도 않으면 기업도 후원하지 않을 것이다. 공익사업을 전제로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기업과 경제단체는 노총이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항목을 보고 지원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또한 공식 발표한 사업계획이 실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할 것이다.
공익사업을 할 때 상급단체의 전임간부들이 직접 할지, 다른 사람들이 할지는 사업을 하는 주체인 노총이 알아서 하면 된다.


“노사관계에 나쁜 선례 남기는 것”
박수근 한양대 교수(법학과)




타임오프 제도 시행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상급단체 파견전임자와 관련한 정부의 조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는 공정성 시비다. 정부는 항상 공정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사측이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면 할 말이 없지만 사실상 등 떠밀려서 주는 것 아닌가. 주려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쪽에 다 줘야지 한쪽만 주겠다고 하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옳고 한국노총이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 두 단체 모두 나름대로 설립근거에 맞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는 식으로 조장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가 노사관계에 편향적으로 개입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둘째는 한마디로 이상하다는 것이다. 법으로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을) 금지시켜 놓고 뒤로는 (파견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라는 것 아닌가. 아예 타임오프를 시행하지 말든지, 아니면 두 단체에 다 줘야 한다.


“편법이지만 불가피한 선택”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27일 발표한 상급단체 파견전임자의 임금보전 방안을 놓고 고육책이라고도 하고 편법이라고도 한다.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이 방안 말고 다른 방법이 있겠나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번 방안은 내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노조의 재정자립을 위한 준비기간을 준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번 방안은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논리대로라면 사실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 개정 노조법은 전임자수를 제한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급단체 파견전임자 임금보전 방안 때문에 전임자 문제로 갈등을 빚는 일반기업 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상급단체 파견전임자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지부 전임자를 위한 기금을 요구할 수 있다. 지부가 이 기금으로 타임오프를 초과하는 전임자에게 명목이 무엇이든 임금성 급여를 지급하려고 했을 때 사용자도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마도 이런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방안은 노사가 2년만 서로 눈을 감자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 노동계가 이렇게 사용자에게 끌려가는 모습도 보기에 좋지 않다. 하지만 상급단체 파견전임자의 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당장 이들이 모두 현장에 복귀해야 하고, 그러면 상급단체가 와해될 것이다. 편법이긴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고육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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