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발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을 보면 기업 간 자율을 강조하면서 대기업 횡포 방지 등을 위해 중소기업계나 노동계가 요구했던 핵심 대책이 다수 빠졌다. 대표적인 것이 ‘납품단가 원가연동제’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데도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인상하지 않는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중소기업이 구매하는 원자재가격은 18.8% 상승했지만, 납품단가는 1.7% 상승에 그쳤다. 대기업의 3.9%만이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납품단가에 대한 집단교섭을 허용해 달라는 중소기업의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대기업과 납품단가 협상을 할 경우 교섭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도입된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도’도 마찬가지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대기업들은 집단교섭에 대해 “일괄적으로 납품단가가 결정되면 경쟁력과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반발해 왔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하고 있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고발권을 중소기업에게도 주거나, 불공정거래로 인한 손해액의 3배 이상을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도 동반성장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시 노동자 50인 이하 영세소기업에 대한 수의계약제도 도입요구도 빠졌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지 못하면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저하와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힘들어졌다”고 우려했다. 이날 정부 대책에 대해 환영의사를 밝힌 중기중앙회도 납품단가 원가연동제 등이 제외된 것에 대해 “제도적으로 확실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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