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곽에선 "양쪽 다 문제"…정세 대응 인식차 좁혀질 지 주목

지난 27일 한국노총 대의원대회가 끝날 무렵 벌어진 집단항의 사태의 앙금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연일 항의성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1일엔 수배 중인 이용득 위원장이 금융노조 홈페이지에 한국노총 지도부를 정면 비판하는 서한을 띄웠다.

이위원장은 당시 한국노총 지도부의 발언과 관련, "자주적 노조의 지도자이기를 포기하고 어용을 인정한 발언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소속 산별 조직의 대표가 총연맹 지도부를 공개 비판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그 수위 또한 높았다.

대회 당일 한국노총 지도부와 금융노조 간부들이 다시 만나 대화로 일단락지은 것처럼 보였던 문제의 여진이 이렇듯 계속되는 이유는 국민·주택은행의 합병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이번 항의사태가 지난 12. 22 파업 당시 한국노총 지도부에 누적됐던 감정의 표출만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금융노조의 한 간부는 "올해 한국노총의 사업계획을 보면, 한국노총 산하 조직 가운데서 최대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정부가 올해도 노동계에 일방적 구조조정을 강요할 것이 분명한 상황인 만큼 한국노총은 대정부 투쟁을 본격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되묻기도 했다. 이런 금융노조 간부들의 인식은 코앞에 닥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거듭된 금융노조 파업 당시 한국노총의 일부 연맹들에서 "한국노총 지도부가 너무 금융노조 문제에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 등의 볼 맨 소리가 없지 않았던 데서보듯, 28개에 이르는 소속 산별 조직을 관장해야 할 한국노총 지도부의 어려움 또한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노사정위에서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5년 유예가 합의되기까지 한국노총 소속 연맹들 사이에선, 이같은 유예론을 적극 찬성하는 입장뿐 아니라 원칙적 해결을 요구하는 연맹 등 입장이 다양했다. 이번 항의사태에 대해서도 "한국노총 지도부의 당시 태도에 우선 잘못이 있다"는 지적부터 "아무리 요구가 절박해도 그렇게 항의할 필요가 있느냐"는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소속 조직들의 다양한 견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한국노총 지도부의 고충을 십분 감안한다 해도 이번 항의사태의 배경에는 한국노총 지도부와 금융노조간 정세 대응에 대한 인식 차이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는 두 은행 합병 문제를 신호탄으로 올 상반기 한국노총이 '일방적' 구조조정에 맞선 대정부 투쟁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노총은 공동 임단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대응투쟁을 결합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 지도부가 "투쟁과 협상의 병행"을 문제 해결의 원칙이라 밝히고 있지만, 금융노조는 이런 기조에 대해 "사실상 투쟁할 의사가 없다는 뜻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합병 문제가 본격화될 경우 한국노총은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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