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이른 새벽에 거리를 청소하고 모아진 각종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노동자들이 바로 환경미화원들이다. 그래서 그분들이 하시는 일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사람들은 항상 이미 환경미화원들의 손길이 스쳐 간 도로와 생활공간을 접하기 때문에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노동자들이 일주일만 파업한다고 가정해 보자. 거리는 온갖 쓰레기와 오물로 넘쳐나고 골목마다 악취가 진동할 것이다. 이처럼 그분들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구성원들이며, 그만큼 소중한 노동자들이다.

그럼에도 환경미화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만큼이나 온갖 질병과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1급 발암물질인 건축폐기물 속의 석면에 노출될 수도 있으며, 혈액이 묻어 있는 병원성 폐기물은 물론이고 폐기된 각종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도 있다. 또한 매일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무거운 중량물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 그래서 환경미화원들의 근골격계질환과 피부질환·호흡기질환, 그리고 소화기질환 등은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발생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흡기질환 발생률은 전체 노동자들에 비해 2.6배 높고, 피부질환은 1.6배, 감염성질환은 6.0배, 요통 등의 근골격계질환은 1.9배 높다고 한다.

특히 청소미화원의 근골격계질환 발생률은 여타의 질병에 비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덴마크에서 보고된 연구에 의하면 전체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발생률이 1천명당 1.9명인 반면 쓰레기 수거작업자는 3.5명이었다. 올해 국내 환경미화원을 대상으로 조사된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1천55명)의 79.1%가 근골격계질환 증상을 호소했다. 지난 1년간 조사 대상자의 54.3%가 병원 치료를 받았고, 조사 대상자의 23.2%가 그 문제로 인해 1일 이상 결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비율은 자동차·조선 등 금속 노동자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신체 부위별로 보면 허리 부위가 가장 많으며, 그 다음이 어깨와 무릎 부위다.

환경미화원의 근골격계질환 위험요인 중 가장 위험한 요인은 각종 쓰레기 봉지 및 수거함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과도한 중량물 작업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조사 결과 음식물폐기물 수거작업의 경우 1회 취급하는 중량물의 평균중량은 7.8킬로그램(최저 0.8킬로그램~최고 54.5킬로그램)이고 1일 평균 466회 취급한다. 이를 총량으로 계산하면 평균 3천636킬로그램을 들어 올리는 셈이다. 생활폐기물 수거작업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평균 중량은 6.2킬로그램으로 음식물 폐기물에 비해 가볍지만 1일 평균 취급회수는 1천37회로 2배 이상 많고, 이를 총량으로 계산하면 무려 6천433킬로그램이나 된다. 더욱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작업이 이뤄지는 대부분의 작업자세가 최악의 조건이라는 사실이다. 허리를 60도 이상 숙인 상태에서 바닥에 있는 중량물을 들어 올릴 뿐만 아니라 이를 차량에 실을 때는 마치 공을 다루듯이 집어 던지게 된다. 이러한 작업조건에서의 요추부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환경미화원의 근골격계질환은 가장 빈번하게 보고되는 중요한 건강 문제다. 위험성 또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문제들은 공학적 개선과 관리적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주체와 이를 검토하고 수용할 수 있는 주체의 소극적인 인식 문제다. 환경미화원들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 그래서 감히 개선을 요구할 수 없고 개선 요구를 무시하거나 소극적으로 반응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환경미화원들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공익적 기능을 담당하는 소중한 노동자들이다. 그들이 건강해야만 우리 환경도 건강해진다. 이것이 바로 무거운 중량물 작업으로부터 그들의 허리를 보호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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