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에는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와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주제로 바빴다. 이에 관한 학술세미나에 참석해 지정토론자로 토론하고, 법률학교에 가서 강의를 했다. 사실 올해 초부터 이 주제로 수많은 교육을 하고, 많은 노조와 상담을 하며, 학회와 토론회에서 발표와 토론을 했다. 많은 노조와 컨설팅계약을 체결해 이를 수행하느라 바빴다. 이렇게 올해 상반기는 이 주제로 바빴다. 그리고 컨설팅했던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를 비롯한 많은 사업장에서 이에 관한 단체협약이 타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주 이와 관련한 토론과 강의가 있었다.

2. 지난 8일부터 한국노총 법률학교가 있었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중앙교육원에서 진행됐다. 노동법률원은 이미 상반기에 제조연대의 요청으로 한국노총 법률학교를 기획하고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2010년 단체교섭을 앞두고 개정 노조법에 대응하기 위한 노조의 요구안을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체교섭을 통해 이미 노사합의된 단체협약안의 내용 점검을 중심으로 교육하기로 했다.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와 근로시간면제에 관해 여러 사업장에서 합의된 다양한 단체협약안들을 법적으로 검토하면서 그 문제를 살펴보고자 했다. 그런데 막상 교안 작업을 위해 사업장에서 실제로 합의된 단체협약안을 확보하고자 했더니 그 단체협약안을 입수하기가 쉽지 않았다. 노조들이 합의된 단체협약안의 공개를 꺼렸다. 어차피 체결된 단체협약은 행정관청에 신고해야 하는 것이고 공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체결일로부터 15일 이내에 행정관청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1조 제2항).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들은 고액하는 것을 꺼렸다. 무엇이 자신들이 체결한 단체협약을 공개할 수 없도록 한 것일까. 무엇이 공개를 두려워하도록 만든 것일까.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에 관한 개정 노조법은 그런 것이었다. 이 나라 노조들에게 그런 것이었다. 공포. 그것이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에 관한 개정 노조법에 대해 이 나라 노조가 부르는 이름이었던 것이다. 합의된 단체협약안의 공개를 꺼리는 행동을 통해 이 나라 노조들은 이것을 말하고 있었다. 필자는 어쩔 수 없이 금속노조 사업장들에 대해 노동부가 시정권고한 공문자료들, 한국노총의 몇 개 사업장의 단체협약안, 기아자동차지부 등 언론 보도내용 등을 가지고 교육을 진행해야 했다.

3. 금속노조 사업장들 대부분은 개정 노조법에서 전임자급여 지급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대로 전임자급여 지급을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합의했다가 노동사무소 등 행정관청으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은 것이다. 전임자에 대해 기존대로 전임 직전 평균임금을 지급한다는 등으로 단체협약에서 정하고 있었다. 개정 노조법의 시행에 따라 금지되는 전임자급여 지급에 관해 명시적으로 단체협약서로 정하고 있으니 지방노동사무소 등 행정관청으로부터 당연히 시정권고를 받게 됐던 것이다. 금속노조에 소속된 수많은 사업장들이 시정권고를 받았다. 금속노조는 지난 6월과 7월 80~90개 사업장에서 단체협약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회견을 했다. 그리고 노조와 합의해 단체협약을 체결했음에도 시정권고하자 사용자들은 전임자급여 지급에 관한 단체협약은 무효라며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무엇이 금속노조를 개정 노조법에 맞서 전임자급여 지급에 관한 기존 단체협약을 유지하도록 했을까. 개정 노조법 부칙 해석상 2010년 7월1일 이전에 체결된 전임자급여 지급에 관한 단체협약은 그 유효기간까지 효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이를 믿고 금속노조는 2010년 6월30일까지 체결하면 된다고 보고 2010년 단체교섭을 진행했던 것일까. 개정 노조법 부칙 제1조, 제3조, 그리고 제8조의 해석상 전임자급여 지급에 관한 기존 단체협약은 2010년 1월1일 이전에 체결했을 경우에 그 유효기간까지 효력이 유지되는 것인지, 아니면 2010년 7월1일 이전에 체결하는 경우에 그 유효기간까지 효력이 유지되는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부와 사용자단체는 2010년 1월1일이라고 주장하고, 노동조합은 2010년 7월1일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노동법 교수는 전자라고 주장하고, 필자는 후자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주에 있었던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에서 발표자는 전자라고 주장하고, 필자는 이를 비판하는 토론을 해야 했다. 따라서 장차 법원에서 어떻게 판례로 정리될지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는 2010년 7월1일이라고 보고 위와 같이 대응했던 것일까. 노동부가 2010년 1월1일이라고 해석하면서 시정권고와 명령을 하고 검찰이 이에 동조해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 위반으로 수사하고 처벌하겠다고 나서며 사용자들은 그 즉시 체결된 단체협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전임자급여 지급에 관한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 너무도 분명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대응했던 것일까. 무엇 때문에. 개정 노조법이 부당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이에 반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대의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와 같이 대응했던 것일까. 무엇이 금속노조가 그와 같이 대응하도록 한 것인지 필자는 알 수 없다. 필자는 이미 올해 초에 말했던 것처럼 전임자급여 금지에 관한 개정 노조법에 대한 금속노조의 대응은 문제가 있었다고 또다시 말할 뿐이다.
입수된 한국노총 사업장에서 합의된 단체협약안은 개정 노조법의 시행을 전제로 체결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전임자급여 지급금지를 전제로 근로시간면제에 관해 그 사용인원과 사용시간, 그리고 대상업무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단체협약안에서 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존의 전임자수를 근로시간 면제한도의 범위 내로 축소해 급여지급을 방식으로 정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기존 전임자 제도를 개정 노조법상 근로시간 면제한도 범위내로 축소하고 말았다. 노동조합활동이 근로시간 면제한도 범위 내로 갇히고 말았다. 한국노총은 노조법이 개정된 직후부터 개정 노조법 시행에 대응지침을 통해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와 근로시간면제에 관한 단체교섭을 준비하도록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수된 소속 사업장 단체협약들은 한국노총의 지침을 무색하게 만들고 말았다. 수도 없이 말해 왔던 것처럼 근로시간면제에 관해 그 사용인원과 사용시간, 그리고 대상업무에 관해 합의할 필요가 없고, 이에 관해 노사 간에 합의하면 합의할수록 노조의 자유로운 조합활동이 사용자로부터 침해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기아자동차지부는 근로시간면제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자유로운 조합활동이 침해되지 않도록 정함으로써 적절히 대응했다. 한편 금속노조 사업장이라도 코스코링크지회 등의 경우에는 비록 시정권고를 받았지만 해당 부분은 경미한 것이었고, 나머지 체결된 단체협약안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적절한 법적 검토를 거쳐 작성된 단체교섭 요구안을 가지고 체결된 것이었다.

4. 이상과 같이 이번 한국노총 법률학교에서 개정 노조법, 특히 전임자급여 금지와 근로시간면제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필자는 이 나라 노조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전임자급여 지급금지법이라는 공포에 맞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어떤 노조는 공포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에 적절히 맞섬으로써 자신들의 권리를 지켰다. 어떤 노조는 공포의 실체를 알려 줬음에도 공포에 사로잡혀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했다. 어떠한 노조는 공포의 실체를 파악하지 않고 공포 자체에 맞섬으로써 자신들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지켜 내지 못했다. 지금 이 나라에서 노조는 대표자에 의해 운영되는 대표제 내지 대의제의 조직운영원리로 조직이 운영된다. 따라서 그 책임은 모두 조직운영의 담당자인 노조대표, 즉 노조간부들의 몫이다. 조합원을 파업 등 투쟁으로 내몰았음에도 불구하고 적절치 못한 대응을 통해 효력 없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 그 책임은 노조간부들에 있다. 그리고 그것이 산별노조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산별노조 간부들의 몫이다. 과거 실천의 결과물인 현재를 제대로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을 때 전진할 수 있다. 만약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은 전진할 수 없다. 이 진단과 평가는 거창한 운동의 대의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노동운동에 복무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자 모두가 일상적으로 수행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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